동화작가 김정미의 창작놀이터

기저귀를 손으로 들고 다니며
온 집안을 닦는다.

엄마가 의자에 앉으면 와서 매달린다.
넌, 너의 구역이 있잖니.
엄마에게도 자리를 줘!

책을 꺼내려는 줄 알았는데
책장을 올라타는 거였다.

누구보다 빠르게,
삭삭삭삭.

도대체 거기엔 왜 들어가
울고 있니?

그런데 이 울음,
가짜울음으로 밝혀졌다.

울다 멈추고,
사진 찍는 엄마를 멀뚱히 바라봤다.
"도대체 뭐하심요?" 하는 얼굴로.

이러다 결국 떨어졌다지요.
엄마는 비명 지르며 달려갔는데
대자로 누워있던 넌...
울지도 않고 멀뚱!
결국 엄마에게 혼난 9개월 아기.

요샌 뭔가를 비밀스럽게 하려다
엄마빠 눈치를 본다.
엄마 한번 보고 쓰레기통 뒤집고,
아빠 한번 보고 핸드폰 만지고, 하는 식.

귀...귀엽다.ㅜㅜ


나는 경주를 사랑한다.

떠돌이 기질이 있던 나는,
20대에 이곳저곳 열심히 여행하며
머물고 싶은 도시를 가슴에 품어 뒀다.

그 중 한곳이 경주다.
강릉과 늘 순위를 엎치락뒤치락하며
강릉에 약간 밀렸지만
늘 날 설레게하는 도시.
(지진 나기 전이었으니.)

그런데 정작 사는 곳은 경주가 아닌
한글자 다른 경산이다.
(인생 참 아이러니)

일요일 저녁, 강변 산책도 마치고 차도 한잔 마시고 집에 왔는데 신랑 왈.

"여행 가자!"
이렇게 즉흥적일 데가!

계획없이 움직이는 거 안 좋아하지만
요 며칠 기운도 없고 기분도 꿀꿀하고
둘다 힘이 필요했다.

그래서 투덜투덜 짐을 쌌다.
(끝내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경주로 가는 동안에도
영주를 갈까, 전주를 갈까 고민.
그러나 밤인 걸 감안해서
심적 부담이 덜한 가까운 경주로 결정!

숙소도 구하지 않고 무작정 출발!
우리 참, 둘다 무모하구나. 싶기도 했지만
그래서 더욱 재밌는 여행이 될것 같았다.

콘도 평생회원권이 있는 우리,
전화해보니 만실이란다.
결국 어플 다운 받아 여기저기 알아봤지만 중심가 주변은 죄다 만실.

낼 모레 '한글날'이라 징검다리 휴가내어
놀러온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그러다 한 모텔, vip룸 하나가 나왔는데
마침 검색했을 때 봤던 숙소라 냉큼 예약!
(우주처럼 어린 아기랑 이 곳에서 하루 묵었왔는데 괜찮았단 포스팅을 봤더랬다.)

특이한 게,
하늘을 볼 수 있게 침대 위에
통 유리가 나있었다.

다음 날 아침,
역시나 늦게 눈 뜬 나는
신랑에게 왜 불을 켰냐고 물었고,
알고보니 하늘 창을 통해
해가 들어오는 거였다. 맙소사!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공간.
풀욕조!

우리 가족 모두 함께 온천을 즐겼다.
우주는 낯선지 입을 삐죽삐죽,
겁먹은 눈동자로 울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섰다.

신랑 말이 경주는 아침 산책하기 좋단다.

정말 그랬다.
기운이 남달랐다.
상쾌한 공기, 따뜻한 해, 탁 트인 풍광.
아아, 그 자체로 힐링.

박혁거세가 태어났다는 나정으로 가는 길.
유모차에 탄 우주도 볕을 쬈다.

감나무.  가을이다.

나정 안내판.
신랑의 솜씨가 들어갔다.
(신랑은 문화재 연구원이다.)

저 나무들을 보라! 아아, 그냥 힐링.

예쁜 코스모스도 피고요,
우주는 손에 꽃을 꽈악 쥐고 놓지 않는다.

이어서 포석정에 갔다.
사적 1호. 입장권 천 원.

신라시대, 왕들이 이곳에서 연회를 즐겼다는데 제사를 지냈다는 설도 내려온다.

그 다음엔 황리단길로 갔다.

우주가 100일 되었을 때,
경주에 놀러왔었다.
그때 황리단길에 갔는데 죄다 '노키즈존'.

그래서 가족사진만 찍고
대릉원 산책한 후,
바로 집으로 왔더랬다.

그런데 그 사이 엄청 큰 빵집이 생겼고,
예스 키즈존(이렇게 쓰고도 웃기네)이어서 편하게 빵도 먹고, 차도 마시고요.


그러곤 유모차를 끌고
첨성대까지 걷기로 했다.

우주는 항상 한쪽 다리를 이렇게 밖으로 꺼낸다. 누구 닮았니? 히히.

그림책 책방 <소소밀밀>
작은 공간이 참 아기자기해서 예뻤다.
실내 촬영 금지.

그림책 <야생동물구조일기>를 샀다.
드로잉 노트와 엽서도.

좋다.

봉긋한 능들.
아, 아름답다.
경주에서 살고 싶다.

예쁘다.
경주가 좋다.

우물.
안에서 검은 머리가 쑤욱!
무서운 상상도 해보고.

무덤을 지키듯 뻗은 나무.

코스모스 밭을 지나,
드디어 첨성대 도착.

별을 관측했다는 첨성대.
새삼스레 작다.
그 사이, 내가 자란걸까.
아니 아니,
쓸데 없이 그동안 높은 것만 보고 살았구나.

경주에 다녀온 후, 우리 가족,
큰 활력을 얻었다.

9개월 아가 우주도
좋았던 모양이다.

콧물감기도 떨어지고
얼굴도 건강하게 그을린듯 하다.

차만 타면(유모차 포함)
잠이 드는 순딩이 딸,
환경이 바뀌어도 잘 자는 예쁜 딸,
이런 이쁜 딸을 두고
뭐가 힘들다 투덜댔는지...

우주야, 엄마가 엄살 피우지 않고
더욱 즐겁게 너랑 놀아줄게.

다시 안올,
우리의 '지금'을
즐겁게, 후회없이 보내보자.

우리 가족, 사랑한다.

tbn대구교통방송 라디오 103.9MHz
매주 금요일 5시 <TBN매거진>

김정미 동화작가와 함께하는
<동화로 보는 세상>
오는 10월 12일에는 25번째 작품으로
유은실 작가의 <드림 하우스>(문학과 지성사)를 소개합니다.

반달시 뒷동 233번지에 사는
보름달가슴곰 가족의 삶을 통해
오늘날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주거 문제, 관련된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나누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재치와 감동의 이야기꾼 유은실 작가가
풀어쓴 풍자의 한마당!
<드림 하우스> 함께 읽어요.

어떤 이야기가 오고갈지 기대해주세요.
다시듣기가 안 되는 관계로
본방청취!

문자 퀴즈도 나가니
참여해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