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김정미의 창작놀이터


몹시도 바쁜 현대사회에서
백수의 시간은 몹시 느리게도 흐릅니다.

느지막히 일어나 대충 요깃거리를 하고
커피를 내리고, 라떼를 마시며 책을 읽습니다.

오늘 읽은 책은 <죽여마땅한 사람들>.
몰입감이 끝내줍니다.
거의 꼼찍없이 읽었고 다 읽고나니 해가 져있네요.

오지은의 노래를 들으며
다시 라떼 한잔과 카스테라를 먹습니다.
(배는 어김 없이 고프니까요.)

어제 미팅을 다녀와서 외주 하나를 따냈는데, 데드라인이 이번달까지 입니다.

총 26개의 글을 매끄럽게 손봐야하는데요,

오늘까지만 놀고 내일부터 열심히 일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저는 누구랑 이야기 하고 있는 거냐고요?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당신이랑요.
(집에 혼자 있다보면 말을 걸고 싶어지니까요)

경산댁, 오랜만에 대구 방문을 했습니다.

대구문학관에서 매주 한 번씩 '해설 및 안내' 재능기부를 하는 동시작가 안영선 선생님, 축구왕재성이 아빠 동시작가 하현국 선생님을 뵙기 위해서 입니다.

안영선 선생님은 정년퇴직한 초등학교 선생님이십니다. 독도 동시집을 내셨고, 지금도 꾸준히 늘 동시를 쓰고 계십니다.

대구에 와서 막막할 때 <혜암아동문학회>를 알게 됐고, 안영선 선생님 밑에서 동시를 배우게 됐습니다. 덕분에 참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은사님 안영선 선생님은 제 결혼식에 주례를 서주셨답니다.

마라톤에 꼬박 꼬박 참가할 정도로 젊고, 늘 동시집과 책을 손에 떼지 않을 정도로 학구파인 안영선 선생님을 뵈면 늘 청년 같습니다.

대구 시내에 2000원짜리 국수집이 있습니다. 안영선 선생님이 사주셔서 점심으로 먹었지요. 사람들이 늘 붐벼 면을 매일 삶고, 육수도 멸치 우린 진해서 참말 맛이 좋았답니다. 국수 한그릇 보다 훨 비싼 커피를 쉽게 사먹는, 과소비가 몸에 벤 저는 스승님의 근면함에 부끄러워졌답니다.

대구문학관에 기습방문 했을때, 안샘은 이렇게 동시를 쓰고 계셨답니다. 여전히 현역 이십니다.

대구문학관에 처음 방문해봤는데, 볼 게 많더라고요. 다음에는 대구문학관 구석구석 살펴볼 생각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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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엽서가 왔다. 내 친구 고은이가 보낸 엽서다.

 

아침, 출근길에 우편함을 봤는데 엽서가 들어 있었다. 어찌나 반갑던지!

여행지에서 엽서를 보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란 걸 안다. 우선 엽서를 사야 하고, 그 다음엔 글을 적어야 한다. 여기까지는 꽤 쉽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우체국까지 찾아가야 하고, 묻고 물어서 엽서를 부쳐야 한다. 참 번거로운 일이다. 그래서 실제로 나 역시 한 달 간의 유럽여행을 할 적에 엽서를 써놓고 보내지 못했다(안한 것일지도.) 하여간 그런 번거로움도 마다하고 엽서를 보냈으니 감동적일 수밖에! 진짜 감동했다 친구야.

 

그러고보면 고은이는 여행지에서 내게 종종 엽서를 보내왔다. 해외에서 처음 엽서를 받은 것도 고은이 덕분이었다. 처음 받은 엽서에는 피라미드가 새겨져 있었다. 당연하다. 이집트에서 온 엽서였으니까. 지금은 대략 이집트가 어디쯤인지 감이 잡히지만, 그땐 정말 막연하게 느껴졌다. 아주 먼 옛날, 파라오 왕이 살던 그 시대의 이집트에서 엽서를 보낸 것 같은 느낌이었달까.

 

지금 고은이는 여행 3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홀로 떠난 길이었다. 회사를 관둔 후, 숨을 고르려고 단순히 떠난 여행이었는데 돌아오지 않고 있다! 처음엔 보름 정도, 그 다음엔 한 달, 그리고 한 세 달 정도로 여행이 이어지고 있는 거다. 부럽고 멋지고, 지금은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고은이가 이렇게 대담하게 여행을 할 수 있는 이유는, 그간 '여행의 근육'을 만들어왔기 때문이리라. 고은이는 대학 시절부터 해외여행을 자주 다녔다. 집에서 여행경비를 대줄 정도로 부유했기 때문이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고은이가 지금보다 덜 자랑스러웠을 것이다.(물론 집에서 지원을 받는 게 부끄러운 일은 아니지만 자랑스러운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은이는 20대 중반부터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으로 여행을 떠났다. 유럽과 동남아시아, 일본 등등 다양한 곳을 여행했다. 그리고 아일랜드에 유학도 다녀왔다. 어학에도 관심이 많아 영어랑 중국어 2개 국어를 구사한다. 아놔! 멋진 녀석! 고은이가 어학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기에 나는 고은이를 그저 시샘할 수 없다.(나는 그렇게 공부하거나 투자하지 못할 것이므로. 각자의 영역이 있는 것이다,) 내 몫은 고은이를 끝까지 응원하는 것!

 

엽서는 인도 바라나시에서 왔다. 표지의 사진은 인도의 갠지스 강. 인도 힌두교인들에게 가장 성스러운 강이기도 하다. 고은이는 엽서에 갠지스강에서 본 느낌을 이야기 했다.

 

"하루에도 300여구의 시신이 불에타타만채 던져지는데(심지어 임신한 여성과 아이, 동물들은 태우지 않고 그냥 강에 던진단다),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목욕을 하고 꼬맹이들은 다이빙하며 놀고 있더라구. 우리라면 질겁을 했겠지만... 이 강이 인도인들에게 그만큼 '신성한 강'이라 그렇겠지? 인도의 많은 곳을 가보지 않았고, 좋아하지는 않지만 여기 바라나시만은 다른 것 같다. 타는 시체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인도인들을 보며,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궁금해졌어. 난 그냥 생각이 없어지더라. 이상하지?"

 

고은이의 편지를 읽으며 최근 읽은 최상희 작가의 단편소설집 <델문도>가 떠올랐다. 인도의 10대 남자아이가 주인공인 단편소설이었는데, 거기에 인도인들이 갠지스 강을 얼마나 성스럽게 생각하는지 담겨 있다. 그 내용이 생각나 마음에 큰 울림을 줬다.

 

고은이에게 엽서 잘 받았다고 카톡을 보내면서 단편을 필사해 보내주겠노라 했다. 자신이 있는 곳에 대한 단편을 읽는다면 그건 대한민국에서 읽는 거랑 또 다른 느낌일테지.고은이에게 꽤 힘이 되길 바라며.

 

오늘은 많이 행복하다. 생각해보니 내 주변엔 좋은 사람들도 참 많구나. 그동안 편견 없이 사람들을 만나왔기 때문이리라(그것을 역이용해 날 만만하게 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고은이와의 인연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정말 재밌게도 우리는 서로 다른 지역에서 나고 자랐고, 같은 학교를 다니지도 않았다. 우리가 서로 인연을 맺은 것은,,,, 아마 고등학교 때, 축구 카페에서였을 거다. 그때는 바야흐로 2002 월드컵을 앞둔 해였고, 제주도에 전지훈련 온 축구선수들을 쫓아다녔던 '빠순이'인 나는 카페에 사진과 싸인을 올려 자랑질을 했다. 그리고 몇몇 사람들에게 사진을 보내달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때 고은이를 알게 되었을까. 하여간 이후 고은이와 몇 번의 편지를 주고 받고, 메일을 주고받은 후 대학생 때 부산에 놀러갔다가 만났다. 그게 지금까지 인연이 된 것이다. 참 감사하고, 소중하다.

 

고은이는 늘 뭐든 두려워 않고 도전하는 내 성격이 부럽다고 멋있다고 말하지만 나는 실은 고은이가 정말 멋진 사람이라 생각한다. 수줍음도 많고 생각도 많고 조용한 고은이. 하지만 똑부러지게 결단을 내리고, 과감하게 삶을 살아가는 고은이. 고요하면서도 잔잔하게, 그러나 강인하게! 나보다 실은 훨씬 강한 녀석이라 생각한다.

 

"고은아, 너를 정말 응원해. 네가 참 자랑스럽다."

 

고은이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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