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온 엽서
인도에서 엽서가 왔다. 내 친구 고은이가 보낸 엽서다.
아침, 출근길에 우편함을 봤는데 엽서가 들어 있었다. 어찌나 반갑던지!
여행지에서 엽서를 보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란 걸 안다. 우선 엽서를 사야 하고, 그 다음엔 글을 적어야 한다. 여기까지는 꽤 쉽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우체국까지 찾아가야 하고, 묻고 물어서 엽서를 부쳐야 한다. 참 번거로운 일이다. 그래서 실제로 나 역시 한 달 간의 유럽여행을 할 적에 엽서를 써놓고 보내지 못했다(안한 것일지도.) 하여간 그런 번거로움도 마다하고 엽서를 보냈으니 감동적일 수밖에! 진짜 감동했다 친구야.
그러고보면 고은이는 여행지에서 내게 종종 엽서를 보내왔다. 해외에서 처음 엽서를 받은 것도 고은이 덕분이었다. 처음 받은 엽서에는 피라미드가 새겨져 있었다. 당연하다. 이집트에서 온 엽서였으니까. 지금은 대략 이집트가 어디쯤인지 감이 잡히지만, 그땐 정말 막연하게 느껴졌다. 아주 먼 옛날, 파라오 왕이 살던 그 시대의 이집트에서 엽서를 보낸 것 같은 느낌이었달까.
지금 고은이는 여행 3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홀로 떠난 길이었다. 회사를 관둔 후, 숨을 고르려고 단순히 떠난 여행이었는데 돌아오지 않고 있다! 처음엔 보름 정도, 그 다음엔 한 달, 그리고 한 세 달 정도로 여행이 이어지고 있는 거다. 부럽고 멋지고, 지금은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고은이가 이렇게 대담하게 여행을 할 수 있는 이유는, 그간 '여행의 근육'을 만들어왔기 때문이리라. 고은이는 대학 시절부터 해외여행을 자주 다녔다. 집에서 여행경비를 대줄 정도로 부유했기 때문이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고은이가 지금보다 덜 자랑스러웠을 것이다.(물론 집에서 지원을 받는 게 부끄러운 일은 아니지만 자랑스러운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은이는 20대 중반부터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으로 여행을 떠났다. 유럽과 동남아시아, 일본 등등 다양한 곳을 여행했다. 그리고 아일랜드에 유학도 다녀왔다. 어학에도 관심이 많아 영어랑 중국어 2개 국어를 구사한다. 아놔! 멋진 녀석! 고은이가 어학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기에 나는 고은이를 그저 시샘할 수 없다.(나는 그렇게 공부하거나 투자하지 못할 것이므로. 각자의 영역이 있는 것이다,) 내 몫은 고은이를 끝까지 응원하는 것!
엽서는 인도 바라나시에서 왔다. 표지의 사진은 인도의 갠지스 강. 인도 힌두교인들에게 가장 성스러운 강이기도 하다. 고은이는 엽서에 갠지스강에서 본 느낌을 이야기 했다.
"하루에도 300여구의 시신이 불에타타만채 던져지는데(심지어 임신한 여성과 아이, 동물들은 태우지 않고 그냥 강에 던진단다),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목욕을 하고 꼬맹이들은 다이빙하며 놀고 있더라구. 우리라면 질겁을 했겠지만... 이 강이 인도인들에게 그만큼 '신성한 강'이라 그렇겠지? 인도의 많은 곳을 가보지 않았고, 좋아하지는 않지만 여기 바라나시만은 다른 것 같다. 타는 시체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인도인들을 보며,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궁금해졌어. 난 그냥 생각이 없어지더라. 이상하지?"
고은이의 편지를 읽으며 최근 읽은 최상희 작가의 단편소설집 <델문도>가 떠올랐다. 인도의 10대 남자아이가 주인공인 단편소설이었는데, 거기에 인도인들이 갠지스 강을 얼마나 성스럽게 생각하는지 담겨 있다. 그 내용이 생각나 마음에 큰 울림을 줬다.
고은이에게 엽서 잘 받았다고 카톡을 보내면서 단편을 필사해 보내주겠노라 했다. 자신이 있는 곳에 대한 단편을 읽는다면 그건 대한민국에서 읽는 거랑 또 다른 느낌일테지.고은이에게 꽤 힘이 되길 바라며.
오늘은 많이 행복하다. 생각해보니 내 주변엔 좋은 사람들도 참 많구나. 그동안 편견 없이 사람들을 만나왔기 때문이리라(그것을 역이용해 날 만만하게 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고은이와의 인연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정말 재밌게도 우리는 서로 다른 지역에서 나고 자랐고, 같은 학교를 다니지도 않았다. 우리가 서로 인연을 맺은 것은,,,, 아마 고등학교 때, 축구 카페에서였을 거다. 그때는 바야흐로 2002 월드컵을 앞둔 해였고, 제주도에 전지훈련 온 축구선수들을 쫓아다녔던 '빠순이'인 나는 카페에 사진과 싸인을 올려 자랑질을 했다. 그리고 몇몇 사람들에게 사진을 보내달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때 고은이를 알게 되었을까. 하여간 이후 고은이와 몇 번의 편지를 주고 받고, 메일을 주고받은 후 대학생 때 부산에 놀러갔다가 만났다. 그게 지금까지 인연이 된 것이다. 참 감사하고, 소중하다.
고은이는 늘 뭐든 두려워 않고 도전하는 내 성격이 부럽다고 멋있다고 말하지만 나는 실은 고은이가 정말 멋진 사람이라 생각한다. 수줍음도 많고 생각도 많고 조용한 고은이. 하지만 똑부러지게 결단을 내리고, 과감하게 삶을 살아가는 고은이. 고요하면서도 잔잔하게, 그러나 강인하게! 나보다 실은 훨씬 강한 녀석이라 생각한다.
"고은아, 너를 정말 응원해. 네가 참 자랑스럽다."
고은이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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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밥상, 그리고 글쓰기 수업
# 이것이, 건강한 밥상
한살림에서 잡지를 만드는 SJ 언니네 집에 갔더니, 이렇게 한 가득 상을 차려줬다.
작년 겨울, 반 지하 미아동 방에서 함께 몇 개월을 보냈던 나의 '룸메'.
이런저런 소소한 대화들을 통해 마음을 나눈 언니와 나. 올해 3월, 갑작스레 대구로 내려가면서 내가 살던 자취집에 언니가 남아있게 됐다. 세탁기, 냉장고 같은 물건들을 다 빼버리는 바람에 아무것도 없이 혼자 살았다. SJ 언니에게 얼마나 미안하던지. 그런데도 잘 버티어 주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 망원동 다세대 주택에 전세로 들어갔다. 요즘 나는 서울에만 가면 언니네서 머물고 있다.
언니가 살고 있는 집에는 옥탑이 딸려 있는데 그 곳을 페인트칠 한다고 했다. 도와주러 갔는데 언니가 고생한다며 밥을 차려줬다. 치과의사 NH 언니도 함께 있었다. 우리 세사람이 먹을 밥상이 이렇게 차려졌다. 언니가 한살림 장터에서 구입한 건강한 재료로 이렇게 상을 차려줬다. 망원동 시장에서 샀다는 '땡감'도 자리를 잡았다. 언니가 만드는 잡지를 넣어 사진을 찍었더니 화보가 따로 없다.
# 우리의 인연은,
우리는 '프레시안 글쓰기' 모임에서 만났다. 언론사 프레시안에서 다양한 강의를 했는데, 그중 <나를 위한 글쓰기>라는 강좌를 들었다. 강사는 이문재 시인님이셨다. 서너 해 전의 일이다. 음, 아마 2011년도의 일인 듯 싶다.
강의에는 다양한 분들이 오셨다. 재래시장에서 두부를 만드는 분, 119 소방대원, 대학생, 대학원생, 고등학생, 주부, 화가 등등. 우린 꽤나 '합'이 좋았다. 그때 SJ 언니는 한살림에서 잡지를 만들고 있었고, NH 언니는 치과의대생이었고, 나는 모 협회에서 신문을 만들고 있었다. 시간이 흐른 후, 여전한 건 SJ 언니. NH 언니는 치과의사가 됐고, 나는 대구에 내려왔다. 아참, 뭔가 '되었다'는 걸 기준으로 삼자면, 그래, 작가가 되었다.
함께 글쓰기를 들었던 사람들은 지금도 종종 만나고 있다. 처음엔 일 년에 서너 차례 만나던 게 일 년에 한 번 꼴로 줄었다. 그런데도 만나면 반갑고 참 좋았다. 나는 작년 겨울 모임에 참석하고 못 갔다. 얼마 전에 우리의 스승님 이문재 시인님이 신간 시집을 펴내서 '독자와의 만남' 행사를 했는데, 그때 '번개'를 했다. 하지만 나는 대구에 있어 못 갔다.(정확히는 서울에 올라갔지만 일이 바빴다.) 사진을 보는데 참 좋아보이더라. 이문재 시인님의 꾸밈없는 진솔한 태도(그러면서도 거들막거리지 않는)를 알기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참 좋으신 분이다.
# 프레시안 글쓰기 수업, 그리고
수업 첫 날, 자기가 쓴 작품 중 뭐든 하나를 들고 오라 하셨다. 나는 '뭐를 들고 갈까' 하다, 아버지가 간암으로 돌아가실 적에 느꼈던 감정이 적힌 에세이를 들고 갔다. 사실, 뭐 하나 변변하게 써둔 게 없었다. 수업 시간, 선생님이 내 글에 대한 느낌을 이야기하기 전, 대뜸 "소설 써본 적 없냐? 없으면 당장 써라" 라고 말씀하셨다. 그때 감정이 잊히지 않는다. 마음속에 뭉클한 뜨거운 게 치솟는 기분. 그 감정이 지금까지 날 끌고 왔다.
사실, 내가 이 수업을 택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나에게 작가로서의 싹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던 거다. 이 수업을 받기 전, '영화 평론 수업'을 들었는데, 손톱만큼의 싹도 없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중간에 하차했다. 나는 그냥 '고급 독자'로 남아야겠구나, 싶었다. '고급'이 아니면 '저급'이어도 되니 그냥 '보통의 독자'가 되어야겠구나, 했다. 그리고 이제와서 하는 말인데 '평론'이라는 게 굉장히 철학적이고 사유가 깊어야 한단 것을 깨달았다. 모든 창작이 그러하겠지만, 평론은 좀 다르다. 자신만의 철학과 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로 '정의'를 내려야 한다. 작품을 평해야 한다. 그게 조금은 폭력적으로 느껴졌고, 자신이 없어졌다.
20대 중반, 사회초년생으로 발을 내딛으며 '동화'를 쓰고 싶단 생각을 했다. 그러다 잊혀졌다. 그런데 또 생각이 났다. 그래서 이 수업을 들으며 확인하고 싶었다. 커리큘럼이 빽빽한 부담스런 수업이 아니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수강 신청했다. 그리고 시인님께 소설을 써보란 이야기를 들었다. 나에게 싹이 있는 것 같아 기뻤다. 그래서 이후로 작가의 꿈을 꾸게 됐다. 그렇게 나는 작가가 됐다.
인생을 오래 산 것은 아니지만 돌이켜보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는 순간들이 있어왔던 것 같다. 그런데 그땐 몰랐다. 알고 싶어 발버둥을 쳤는데, 그런데도 몰랐다. 오히려 그땐 힘들었던 일이 지나고 나니 '전화위복'이 되는 경우가 있었다. 하나의 감정에 압도 당하면 누가 뭐래도 잘 안 들리고 어떤 생각도 나지 않는 법이다. 그래서 지나고 나야 아는 것이다.
젊을 적부터 늘 궁금했다. '어떻게 하면 꿈에 가까워질 수 있지?' 이런 고민을 하다, 멘토가 있었으면 했다. 언젠가부터 세상을 떠들썩하게 흔들었던 '멘토'. 모두들 젊은이들에게 멘토를 만들라 하였는데, 내겐 멘토가 없었다. 그게 좀 부끄럽고 서글펐다. 그런데 지나고보니 멘토란 거창한 사람이 아니었다. 주변에서 늘 나를 지켜봤다가 코치하고 가르쳐주는 사람이 아니었다. 내가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내겐 멘토였다(아닌 경우도 있었지만).
밥상 이야기를 하려다 말이 길어졌다. 나의 글쓰기는 대부분 그러하다. 이런 글쓰기 역시 '나를 위한 글쓰기' '힐링 글쓰기'가 아닐까 한다. 비우고 나니, 오전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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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추 귀걸이를 만들다
단추 귀걸이를 만들었다.
지인들에게 선물해줄 생각이다.
우선은 내가 끼고 다니고 있다.
내가 단추 귀걸이를 왜 만들게 되었냐면,
만들어서 팔아보려고 그런 건 절대 아니고
예전부터 그냥 한 번은 꼭 만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에
그걸 실행으로 옮긴 거다.
올해 여름, 삼청동에 놀러갔다가 단추 귀걸이 한쌍을 샀다.
귀걸이를 들여다보면서 왠지 나도 만들어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까무룩 잊고 지내다가
어느날 단추 귀걸이가 문득 생각났고, 만들고 말겠다고 결심했다.
연차로 하루 쉬던 날, 남대문 시장에 들러 단추를 몇개 샀다.
단추 15개 정도가 들어있는 한 묶음에 2천원.
색깔, 크기 별로 네 봉지 정도를 샀나 보다.
집에 와서 만들어봤는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탄생한 귀걸이.
가장 처음 만들어본 귀걸이가 바로 위의 것들이다.
그 후, 필을 받아 인터넷으로 단추를 종류별로 주문해놓고
몇 개 더 만들었는데 나중에 그것도 올려봐야겠다.
'부업을 해볼까'라는 건방진 생각을 해보는 요즘이다. 캬캬.
그런데... 부업을 하면 팔릴까요? (털썩)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많고 많고 많아, 손에 꼽을 수가 없다. (먼산)
오래오래 살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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