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김정미의 창작놀이터

우주도 자고, 신랑도 자는 밤.
묵묵히 써내려 간다. 한 글자씩 한 글자씩.

마치 세상을 처음 배우는 7개월 된 내 딸처럼.


우주를 보면 기운이 난다. 희망이 생긴다.

요즘 우주는 배밀이인지 기는 건지 헷갈리는 몸짓으로(엉덩이를 들었다 놨다  안간힘을 다해가며) 열심히 돌아댕기는 중이다.

이미 침대 위에서 여러번 떨어졌다. 다행히 낮은 범퍼 침대를 사둔 덕에 충격이 심하진 않겠지만, 어쩌면 이것 역시 어미의 착각, 우주 입장에선 '쿵' 소리가 날 정도니 꽤 아플 거다.

그런데도 침대 끝에 고개를 내밀어 뛰어들 준비를 한다. 두어번 머리를 부딪힌 뒤로는 팔을 먼저 내밀어 꾹꾹 짚어보고, 엄마가 있는지도 확인한다. 그러곤 안전하다 싶은지 그대로 낙하. 신나게 모험을 떠난다.

무수한 반복과 실패, 시행착오. 그 끝에 조금씩 성장하는 것. 그게 우주의 하루 일과다.

엄마인 나도 우주처럼 그렇게 꾸준히 묵묵히 나아가려 한다.

커서가 깜빡이는 흰 여백을 바라보는 건 늘 두렵지만, 까만 글자를 하나 하나 입력해야 단어가 되고 문장이 된다는 걸 안다.

이 밤들이, 글들이 차곡차곡 쌓이면 뭐라도 되겠지. 오늘은 에어컨을 꺼도 살만하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걸 보니, 곧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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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 근처, 카페에서
책 읽다 생각에 빠져
냅킨에 그림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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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산을 위한 운동이 시급하다. 평상시 잘 걸어다니고, 하체가 워낙 튼튼하긴 하지만 꾸준히 운동을 하는 건 아니라서 좀 걱정이다.

더군다가 오늘은 '임신 어플'에서 이런 알람이 뜨기에 더욱 마음이 급해졌다. 자연분만을 하려면 운동을 하라는 뜻인데... 나는 좀 운동량이 부족한 듯도 하다. 그래서 하루에 2시간씩 걷기로 마음 먹었다.


요즘 게으름은 병이 되었고, 느지막히 하루를 시작하며 밥 먹고 산책을 다녀왔다. 우선 목적지 없이 무작정 강변 따라 걷기. 어찌나 추웠던지 강변이 꽁꽁 얼었다.


이 길을 걷다보니 문득 신랑이랑 연애할 적이 떠오른다. 장거리 연애를 하던 우리, 처음으로 신랑이 살던 이 동네에 내려왔었다. 그때는 설 연휴였고, 친 오빠가 사는 진해에 들렀다가 신랑 보러 이 동네에 왔더랬다. 강변을 따라가면 롯데시네마가 나오는데 영화를 보러 걸어가며 신랑에게 이렇게 말했다.

"난 여기에서 못 살 거 같아. 너무 휑하고 이상해."
이 동네의 첫인상은 정말이지 별로였다. 쌀쌀 맞고 운치 없달까. 그랬던 나, 이제는 누구보다 이 동네를, 이 강변을 좋아한다. 사계절을 살아보니, 그때 나는 하필 가장 횡량한 겨울의 강변을 봤던 거였다. 첫인상이 딱 별로일 수 밖에.


한 시간 산책하고, 강 반대편으로 건너가 다시 돌아오며 "차한잔 하러 어디갈까?" 고민 했다. 그러다 오랜만에 스타벅스를 찾았다. 금요일인데도 사람들이 어찌나 많던지. 백수들이 많은 걸까, 아니면 여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걸까, 아니면 지나가다 들린 걸까? 아무튼, 아이스 화이트초콜릿모카 마시며 무섭다던 <영선 가루카야 기담집>을 읽았는데 별로 안 무서운 게 함정. (-.-;) 출산 전에 괴담 단편 동화 써야하는데 큰일이로세!  어쨌든 간단히 얼개를 짜고 돌아왔다. 오늘부터 괴담 동화를 써보려한다.

집으로 오는 길에 '오늘의 기분 좋음'이자 '힐링 포인트' 몇가지를 건졌다.

종합병원 앞, 늘 궁금했던 팬시샵에 들러 구경 (*.*) 그러다가 이쁜 펜 발견! 도라에몽이랑 삐약이(이름이 있을텐데 모르겠당) 볼펜 한 자루에 1500원. 득템! 그리고 수업할 때 스티커 대신 사용할 리락쿠마 도장도 샀다. 히힛!


그리고 울 동네 gs 슈퍼에 들러 포장지가 귀여운 <몬스터 초코볼>도 샀다. 이렇게 모아두니 노랑노랑 에너지가 마구 차오르는 느낌!

그러고보면, 나 '키덜트'인가. 예전엔 몰랐는데 경제적 능력이 생긴 후 가만 들여다보니 내가 팬시, 인형 이런 걸 좋아하고 있었다. 놀라운 발견!

행복이 뭐 별거인가. 이런 게 행복이지. 재래시장에 들러 만두 두개(천원어치) 먹었더니 기분이 더 좋아졌다. 오늘의 기분 좋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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