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김정미의 창작놀이터

 

우리 부부에게 '아기 천사'가 찾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자,

제가 먼저 준비한 것은 작은 노트였습니다.

여기에다 편지를 적어둘 생각이었지요.

 

제목은 <우주에게 보내는 편지> 입니다.

'우주'는 제 아이에게 붙이고 싶은 이름이에요.

20대부터 언젠가 아이를 낳으면 '우주'라는 이름을 주고 말겠노라 다짐했지요.

 

왜 하필 우주냐고요?

제가 '과학지식이 풍부해서'는.. 물론, 아닙니다.

우주 세계에 대해 막연한 동경이 있기도 했고,

끝없이 펼쳐진 우주가 주는 막연함, 경이로움이 좋았습니다.

어감도 좋았고요.

 

고백하자면, 남자친구가 생길 적마다

그의 성에 '우주'라는 이름을 붙여보곤 했습니다.

"내 아이 이름은 무조건 우주야!" 이렇게 큰소리 치기도 했습니다.

(결혼하자는 말도 없었는데요.)

 

그러다 결혼하고 싶은 남자를 만나, 결혼을 했지요.

남편은 '하'씨 입니다.

고로, 우주는 '하우주'가 되겠지요.

저는 이 이름이 좋은데, 주변의 반응은 반반입니다.

사실, 별로라는 의견이 조금 더 많습니다.

 

'눈에 흙이 들어가도 우주야!'라고 고수했던 저는

점점 마음이 약해집니다.

좋은 이름이 있다면 붙여주고 싶습니다.

머릿속에 많은 이름들이 떠올랐다가 사라지지만

결국에는 '하우주'가 제일 나은 듯 합니다.

수없이 반복되는 뫼비우스의 띠 속에서

아무튼, 편지를 써내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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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적으려고 노트를 펼쳤지만

'편지 쓰기'는 게으름 탓에 드믄드믄 이어지다

결국 '한 달의 한 번' 이벤트로 바뀌어버렸습니다.

그 사이 SNS를 많이 이용했지만,

SNS는 간편한 대신, 가볍고 휘발되어 버리는 느낌이 있습니다.

 

반면, 노트는 믿음직스럽고 듬직합니다.

또, 저도 모르게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술술 나옵니다.

단점이 있다면, 휴대가 쉽지 않고(자주 까먹어요)

글씨 쓰는 게 무진장 귀찮다는 것이지요.

예전에는 손편지의 여왕이었는데

이제는 글을 썼다하면 손이 아프더라고요.

 

노트와 SNS 사이에서 항상 고민하며

미련하게 두 가지를 다 이어갑니다.

아가가 태어난 후 '육아일기'는 어떤 방식으로 쓸지

지금도 고민 중입니다.

(인생의 대부분은 쓸 데 없는 고민을 한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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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이 공간에는

노트에 쓴 편지를 블로그에다 옮겨 적으려고 합니다.

'누가 내 글을 보기는 볼까?'하는 생각이 들지만

일단 기록해보렵니다.

노트에 세밀하고 은밀한 이야기도 많아서

그런 부분까지 옮길지 어떠할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냥 마음가는대로 일단 시작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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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에게 쓰는 편지, 시작 합니다.

 

 

 

 
결혼한 지 2주년을 맞이했다.

간만에 폭풍 포스팅을 하면서, "또 무슨 일들이 있었더라?" 곱씹다보니 결혼기념일이 생각났다.

올해 결혼기념일은 추석 연휴이기도 했다. 큰 댁에 제사 음식 하러 가야해서 부랴부랴 급하게 케이크에 불을 붙혔다. 전날 이마트 제과점에서 과일 케이크를 사뒀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종이를 꺼내 몇 초만에 쓱싹쓱싹 축하 메시지를 적었다. 이런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지.


작년 결혼기념일은 어떻게 보냈나 싶어 찾아보니 이랬다. 대구에서 유명한 케이크 및 타르트 집인 '프라우송'에서 케이크를 주문해 기념하고, 저녁에는 아버지 어머님 도련님과 소고기를 냠냠 맛있게 먹었다.

10월 3일 개천절에 결혼하면 좋은 게 있다. 바로 결혼기념일이 빨간 날이라 쉴 수 있다는 거다. 기억하기도 쉽고 말이다.

첫 결혼기념일이었던 작년에는 어떻게 하면 인상 깊게 보낼수 있을지 고민 많이 했다. 직장 상사 한 분은(이땐 직장을 다닐 때라) 기념일마다 반지를 사라고 했다. 엄연히 말하면 신랑에게 사달라는 거디. 금이라 나중에 비상금도 되고 돈이 꽤 된다며. 괜찮은 방법 같았다. 하지만 어쩐지 귀찮았다. 금테크, 재테크 같은 건 우리 부부에게 서툰 일이니까.

누군가처럼 기념일마다 사진을 찍을까,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을까 고민했는데 결국 우리가 택한 건 케이크를 사서 조촐한 파티를 하는 거였다. 휙휙 날려쓴 축하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고 인증샷까지 남기면 성공! 소박한 우리 부부에게 딱이다.

하지만 좀 아쉬운 건 있다. 바로 편지를 주고 받지 못한 것. 우리 부부가 연애시절부터 주고 받았던 긍토리 노트(일종의 교환일기)에 써두면 좋을 것 같다. 얼마 전에 방치된 노트를 꺼내 오랜만에 편지를 썼는데 하서방에게서 답장이 없다. 이런 것이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지!

내년에는 우리 딸과 함께 세 번째 결혼기념일을 맞이하겠구나. 이렇게 생각하니 몹시 설레고 실감이 나지 않는다. ^^

감사하는 마음으로 늘 사랑하며 살아야겠다.


 

2015년 10월 3일, 개굴양은 너굴군과 결혼했다.

 

이 결혼을 위해 개굴양은 '무모한 도전'을 감행했으니

바로 <셀프 청첩장> 만들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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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따위는 배워본 적 없고

그저 손가락으로 끼적이는 그림이 전부인 나.

도대체 무슨 용기가 생겨 무모한 도전을 한 것일까?

 

당시의 나를 연결해 본다.

 

"한 번 밖에 없는 결혼식이잖아요. 특별하고 싶었어요."

뭐, 이렇게 대답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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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결혼은 임박했는데

청첩장은 제때 만들지 않아

한없이 미뤄뒀던 나.

 

정말 이젠 더 이상 미뤄두면 안 될 것 같아

거의 결혼식 한달 전엔가 후닥닥 만들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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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드는 과정은 별 거 없지만

예~전에 포스팅했던 것을 참고하면 될 듯 하다.

 

<셀프청첩장 만들기 프로젝트>

http://writerkim.com/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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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탄생한 셀프 청첩장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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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썩 멋있진 않지만

'생 초보'가 만든 녀석이라는 걸

감안해 주세요! 호오옹!

 

 

 

 

그림 그리기와 채색은 물론,

캘리그라피와 약도, 편집까지 직접 했다.

업체에 보내서 프린팅만 했다.

 

신랑은 못생기게 그리고

나만 예쁘게 그려서.... 암쏘쏘리!

 

 

 

다시 보니 새로새록하구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