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문학상 공모는 내년에도 계속됩니다. 많은 응모 바랍니다._편집자

‘손바닥 문학상’의 본심에 오른 작품은 총 20편이었다. ‘큰 손바닥’과 ‘작은 손바닥’ 부문별로 각각 10편의 작품이 예심을 통과했다. 우리는 이 20편의 작품들을 통독해가면서, 우리 시대의 ‘사회적 무의식’이라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응모자들의 공통감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작품에 나타난 공통감각이 대중의 사회적 무의식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 해도, 이는 오늘의 현실을 되비춰볼 수 있는 명백한 징후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여러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특성은 무엇인가.

	» ‘제3회 손바닥 문학상’ 수상자 김정원·최호미·전구현·이보리씨(왼쪽부터).

첫째, 작품이 조명하는 현실 파악의 중요한 소재로 가난이나 빈곤의 문제가 대부분의 작품에서 반복되고 있었다. 작중 인물이 청년인 경우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실상 가난이 초래하는 생활의 공포와 무력감은 거의 모든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장악해서,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사회적 배제의 현실이 심각한 수준에 있음을 확인하게 했다. 현실화된 위험사회인 것이다.

둘째, 작중인물들의 태도에도 어떤 유사성이 감지됐다. 응모된 여러 작품에서 주인공들은 고통을 초래하는 상황의 압력을 불가항력적인 것으로 인식해 체념과 무기력에 자주 빠져들곤 했다. 현실과의 팽팽한 대결의식을 보여주는 ‘능동적 인물’ 실종 현상에 심사위원들은 우려를 표했다.

셋째, 창작문학에서 가장 반복적이고 끈질기게 호소력을 발휘해온 것은 ‘사랑’이었다. 그것이 꼭 이성 간으로 한정될 필요는 없으나, 사회적 에로스가 ‘손바닥 문학상’에서 실종된 현상은 오늘의 착잡한 현실을 고려한다고 해도, 꿈꾸는 쪽으로 문학의 힘을 움직여야 한다는 반성을 낳았다.

이런 일반적 경향 속에서도 특유의 개성과 필력으로 심사위원에게 기대와 가능성을 품게 한 작품들이 주된 논의의 대상이 되었다.

‘큰 손바닥’ 부문 본심에 오른 작품들 가운데 <체험> <늙은 수선공의 배후> <여기는 대중목욕탕> <가난한 사람들>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 <너에게 사탕을 줄게>를 주목했다.

단편소설로서의 형식적 완결성과 인물 형상화, 소설을 통해 던지려는 주제의식의 충실성, 묘사와 서술의 치밀함과 개성을 기준으로 검토했다.

<체험>은 출구가 막힌 20대 젊은이들의 꿈과 절망을 알레고리적으로 묘사하는 데 집중한 작품이었다. 그러나 절망의 원인과 행동방식이 설득력 있게 묘파되지 못했다. <늙은 수선공의 배후>는 빼어난 문장력에도 불구하고 단편이라는 양식에 너무 많은 에피소드를 병렬적으로 배치했다는 약점이 있었다. 에피소드를 최소화하면서, 구성의 묘를 발휘하는 일이 필요해 보인다.

<여기는 대중목욕탕>은 외국인 이주여성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종주의적 편견에 주목한다. 이 작품의 미덕은 작중 화자의 활달한 입담이지만, 이 입담 탓에 오히려 이주여성의 고통이 휘발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가난한 사람들>은 자활센터에서 일하는 상담사인 ‘나’와 자활근로를 하는 ‘그’의 관계 형성에 집중하고 있다. ‘타자와의 공감’이라는 문제의식, 빈곤이 파괴하는 인간성 문제에 주목한 것은 의미 있다. 그러나 결말 처리를 ‘의부증’이라는 다소 돌출적인 소재로 봉합한 것은 약점이었다.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는 최근 사회문제가 된 파워 블로거의 공동구매 사기 행태를 조명하는 세태소설이다. 단편소설의 완성도나 사건의 전개 방식 자체는 흠잡을 때가 없지만, 사회적으로 인지된 ‘사실’을 넘어서는 더 넓은 ‘진실’ 탐구가 아쉬웠다.

<너에게 사탕을 줄게>는 유년시절 같은 학교 친구인 한 혼혈아에게 가해진 인종주의적 편견과 따돌림, 이 과정 속에서 불신의 상처를 공유한 인물들의 후일담을 다루고 있다. 타인을 박해하는 일이 결국 자기 인격의 붕괴로 이어지는 아이러니를 다루는 셈인데, 얼마간의 소설적 과장이 있긴 하나 그 주제의식만큼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 다섯 편의 작품 가운데 우리는 상대적으로 단편소설의 미덕을 작가의 ‘발전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풍부히 보여주는 작품을 선택했다. 그렇게 해서 당선작에는 <너에게 사탕을 줄게>가 공동 가작에는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와 <가난한 사람들>이 선정됐다.

	» 올해 ‘제3회 손바닥 문학상’에는 191편의 작품이 답지했다. 본심 심사위원들이 예심을 거쳐 올라온 작품 20편 중에서 ‘손바닥 문학상’ 수상작으로 선택할 작품들을 가리고 있다. 본심 회의 중인 문학평론가 이명원, 최재봉 <한겨레> 문학 담당 선임기자, 김선주 전 <한겨레> 논설주간(왼쪽부터). <한겨레21> 김경호 기자

‘작은 손바닥’ 부문은 원고지 20장 내외의 짧은 작품인 까닭에 의표를 찌르는 반전을 포함한 디테일에 대한 고려와 기법의 치밀함에 주목했다. 이런 관점에서 10편의 작품을 읽어본 결과, 대상에는 <랩탑>이 가작에는 <나는 외롭지 않다>가 선정됐다.

대상을 받은 <랩탑>은 ‘자기만의 방’이 없는 청년세대의 물질적·내면적 빈곤을 아이로니컬한 육성으로 고백하는 작품이다. <나는 외롭지 않다>는 끝없이 소통을 갈망하지만, 결국 모바일 미디어에 붙들려 있는 고립된 현대인의 쓸쓸한 자화상을 짧은 분량으로 잘 구현하고 있는 콩트다.

이번 손바닥 문학상의 심사위원들은 매서운 평가보다는 따뜻한 격려 차원에서 수상작을 선정하자는 데 동의했다. ‘큰 손바닥’ 부문에서 공동 가작이 나온 이유는 비정한 시대일수록 글을 쓰고 읽는 사람들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역시 ‘사랑’과 ‘공감’이라는 가치라는 생각에서였다.

심사위원 김선주·최재봉·이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