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소 황금도깨비상 최종서 미끄러지다.
작년, 푸른문학상 시상식에서 단상 위에 올라 "구상 중인 작품을 꼭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누구도 기억하지 않겠지만 내겐 정말 중요했다. 나와의 다짐이자 약속이었으니까.
대구에 내려와서 한동안 불안한 날들이 이어졌다.
창작도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동기부여가 필요했고, 시상식을 통해 선포하고 싶었다.
내 자신에게 "그만 놀고 이제 써!"라고.
그후에 2주 간, 미친듯 작품을 썼다. 총 500매 정도의 장편 동화.
내겐 첫 장편동화였다.
돌아가신 내 아빠를 떠올리며 쓴 글이라 그런지 감정이입이 잘 됐다.
어찌나 술술 잘 풀리던지 새벽까지 원고를 붙들고 있곤 했다.
(완성도와 상관없이 즐거운 작업이었다.)
완성하자마자 허겁지겁 교정과 교열을 보고 <황금도깨비상>에 응모했다.
결과는 당연하듯, 보기 좋게 탈락!
그래도 최종 본심에 올랐다!
(더군다나 심사위원이 내로라하는 대한민국의 동화작가 유은실, 황선미)
물론 심사평은.... 도망가고 싶을 정도로 처참하지만(-.-)
그나저나,
이 작품이 책으로 나온다.
모 출판사에서 내년 상반기 중에 출간 예정이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그대로지만, 비문같은 것들을 크게 손 봤다.
어떻게 책으로 엮일지 궁금하다. 삽화는 누가 그릴까?
귀여운 책이 완성됐으면!!!! 두근두근.
내 첫 장편동화이자 첫 단행본이 될 터-
설레고 또 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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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1회 황금도깨비 심사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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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 경위
제21회 황금도깨비상 심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지난 10월 30일 원고를 최종 마감하여 예·본심을 진행한 황금도깨비상에는 장편동화 부문에 총 45편이 접수되었습니다.
장편동화 부문 예, 본심에 아동문학 평론가 김경연, 동화작가 황선미, 동화작가 유은실 님을 위촉하였습니다. 먼저 응모작을 각각 위원들에게 보내어 심사한 결과, 총 4편을 본심작으로 천거, 본심 심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지난 12월 9일 본사에서 세 본심 위원이 함께 모여 논의한 결과, 아쉽게도 올해는 수상작을 선정하지 못하였습니다.
응모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내년 황금도깨비상에서 꼭 반짝이는 작품을 만날 수 있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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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장편동화 부문
작년에 수상작을 내지 못해 심사위원 모두 이번 응모작에 대한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컸음을 먼저 밝힌다.
응모 편수가 늘어난 것은 고무적인 일이고 다양한 소재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기존 작품을 넘어서려는 시도가 보이지 않고 수상작들을 따라 하는 어설픈 작품들이 많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런 현상의 원인이 무엇인지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시선을 잡아끄는 작품이 없어 아쉬운 와중에도 네 편을 본선에서 검토하였다.
<여름이 반짝>은 제목이 참 좋다. 등장인물들의 첫사랑 경험과 아주 잘 어울리는 데다 기분 좋은 인상을 남긴다. 안정된 문장과 사월이라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그려낸 점도 좋다. 그러나 시골을 낙후되고 위험한 곳으로 보는 시선과 도시에서 온 아이에 대한 설정이 새롭지 못하다. 사월이가 더 매력적으로 보였을 만큼 주인공 역할은 밋밋했고 유하가 팬던트 목걸이를 왜 떨어뜨렸는지 의아하기만 한다. 어디선가 본 듯한 마지막 장면과 섣부른 화해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시간을 잦는 물레 금사매>는 옛이야기의 차용 같은 앞부분이 재미있고 전체적으로 잘 읽히는 작품이었다. 그런데 다 읽고 나서도 의문이 남고 명쾌하지가 않다. 공을 들여서 소도사로라는 세계와 그곳 사람들을 만들어 내고도 정작 흥미진진한 모험이 기대되는 이 세계를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이야기를 하다가 만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고 독자 입장에서는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금사매라는 책의 숫자를 보물 찾는 단서라고 믿어버리는 주인공 태도 또한 납득하기 어렵고 소도사로가 멸망한 이유도 확실하게 알 수가 없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이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바뀌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고, 소도사로가 현실세계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그 상징성에 분명한 단서가 제시되어야 한다.
<선우의 길>은 산악인 가족에 대한 이야기라 소재의 참신성에서 시선이 끌렸다. 산악인을 아버지로 둔 남자아이의 성장기로 끝까지 밀고 나갔으면 좋은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인물이나 사건이 핍진하지 못해 몰입도가 떨어지고 별 감동을 주지 못했다. 충분히 흥미로울 수 있는 사건을 설정하고도 이야기를 너무 지루하게 전개했고 인물들을 드라마 장면처럼 보여주곤 해서 읽기가 불편했다. 출생의 비밀, 텐징과의 교류, 동생의 발레 문제, 네팔에 학교를 건립하는 문제까지 나오는데 큰 사건들을 늘어놓고 적당히 마무리를 한 정도로만 보인다.
<유령 아빠가 나타났다>는 잘 읽히고 후반의 반전에서부터 전개가 따뜻해지는 매력이 있었다. 그러나 가벼운 읽을거리 정도에 그쳐 버렸을 뿐이다. 구성이 치밀하지 못하고 비문이 많아 어설픈 데다 두 유령의 역할이 그다지 매력적이지도 못하다. 불량배들이 돈을 뜯는 장면도 너무 뻔하고 저작자의 목소리가 서술문에 그대로 나타나는 등 시점이 흔들리는 것도 신뢰감이 떨어지는 요인이다.
아쉽게도 올해의 수상작은 뽑지 못했다.
네 작품의 장점과 단점을 면밀하게 검토하며 수상작으로서의 가능성을 타진해 보았으나 완성도 떨어지는 작품을 선정하여 수상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것보다 더 기다리는 쪽을 택하기로 했다. 우리는 기본이 잘 다져진 작가와 문학적 울림이 있는 작품을 기다린다. 올해의 수상작 없음이 응모자들에게 새로운 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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