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김정미의 창작놀이터

워낭소리(Old partner,2008)

-다큐멘터리

-이충렬감독

 

 

 

 작년,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워낭소리>를 보고 나오며 친구들에게 문자를 돌렸다. "영화 <워낭소리> 정말이지 강추다. 꼭 봐! 약속해야돼. 개봉은 2009년 1월15일이야"

 

영화사 홍보직원도 아닌데, 이렇게 열을 올리며 영화홍보에 나선 이유는 그만큼 영화가 감동적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취업난이다 뭐다 바쁘고 여유없게 살아가고 있는 내 주변 친구들이 꼭 한 번 봐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독제 기간 '프리패스권'을 이용해 거의 폐인처럼 많은 영화를 보았지만 이렇게 자진홍보한 적은 없었다. 나처럼 감동받는 이들이 많아서였을까, 이 영화는 2008 서독제 관객상을 받기도 했다.

 

 

 무대인사에서 이충렬 감독을 봤는데 푸근한 인상이 한없이 여유있게 보였다. 그런데 그런 그도 맘 고생이 심했다고 한다. 며칠 전, MBC 문화관련 프로그램의 인터뷰코너에서 그를 인터뷰한 화면을 보고 알게됐다.

 외주제작 PD로 활동하며 다양한 사회의 이면들을 화면에 담아 방송으로 내보냈던 감독은 남들과의 타협에 익숙지 않았다. 그에겐 자신이 피땀흘려 찍은 방송은 내보내고야만 말겠다는 그런 '고집'이 있었다.

 

 하지만 이것저것 잘 안 되는 일들이 예기치 않게 생겼고, 그때마다 그는 '실패'란 걸 경험하며 절망하기도 했다. 신경쇠약에 시달리기도 했다고 한다. (실제로 봤을 땐 강인한 인상이었는데!)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열심히 제작한 다큐멘터리 '워낭소리'는 다행이도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며 가속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비록, 상업영화만큼 관객은 들지 않더라도 나처럼 영화를 보고나서 친구들에게 추천하는 이들이 늘어나면 더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이 영화가 감동적이고 또 재밌었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리얼리티의 힘. 실재하는 주인공, 스토리.

  - 내가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리얼리티'의 힘 때문이다. 감동을 요구하지도 이야기를 꾸미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화면에 감정이입이 된다. 그래서 나도 모르는 새에,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평생 소를 이용해 밭을 갈아 자식들을 먹여 살린 우리네 아버지. 도시 사람들과 비교한다면 촌스럽고 청승맞을 지도 모르는 그 삶은, 어쩌면 스스로를 지탱해온 '고집'같은 것일는지도 모른다.

  주인 곁에서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며 제 할 일을 하는 소를 보며, 인간으로서 부끄러워 졌다. 그리고 열 마디 말 보다는 거친 손으로 소의 등을 쓱 쓰다듬어주는 할아버지의 태도에서 목이 메어왔다.

 

2) 할머니의 잔소리. 귀염둥이 천상 여인, 할머니.

 - 할아버지의 부인 할머니는 정말 귀엽다. 만약 이 영화에서 할머니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영상이 다소 심심하고 평면적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저 영감때문에 고생이 많지"라는 불만으로 시작해 "우리도 기계로 농사 지읍시다. 네?"라는 생때섞인 권유까지.

 할머니가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할아버지 흉을 봐도 밉지 않은 이유는, 할머니의 말투에 애정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기계를 사지 않을 거란 걸, 농사를 쉬 놓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다.

 알면서도 '노동가'처럼 한 마디 툭 던지고 나면 마음이 풀어지고, 그걸 알기에 쉼없이 재잘거리는 것일 게다.

 할머니는 역시 우리네 천상 여인이셨다.

 

 3) 할아버지의 고집. 21세기지만 변치 않은 우리 농촌의 일상.

- 할아버지는 시대가 바뀐 걸 개의치 않는다. 한미FTA다 뭐다 농촌이 개방되고 미국산 쇠고기가 몰려오고 한우의 가격이 떨어지는데, 그 와중에도 할아버지는 우시장에서 늙은 소를 500만원에 팔려고 한다. 그랬다가 망신을 당하지만, 그래도 할아버지는 고집을 꺾지 않는다.

 그런 풍경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고단한 인생을 살아오면서도 삶의 철학처럼 인생의 한 부분만은 굳게 지켜온 우리네 부모님의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농촌을 생각하면 마음이 포근해지고, 밭을 일구는 부모님을 떠올리면 눈물이 괴듯이, 할아버지의 묵묵한 일상은 그 자체가 감동을 준다.

 

 

 

 

 

 

 평생을 일을 해온 주인공 '소'. 아무리 말 못하는 짐승이라고 해도 짐승인들 쉬고 싶지 않으랴. 그런데도 그 말라붙은 등짝에 힘을 팽팽히 주고, 굵고 굵은 뼈마디를 쉬엄쉬엄 움직이며, 밭을 갈고 장작을 나른다.

 

 소가 이끄는 수레에 앉아 끝이 보이지 않는 아스팔트길을 가며, 할아버지는 깜빡 잠이 들기도 한다. 아니면 멍하니 먼 산을 응시하거나.

 소가 이끄는 수레 곁을 차들이 쌩쌩 속도를 내며 지나간다. 그럼에도 이 둘은, 마치 다른 세상에서 나온 그림인듯, 평정심을 유지하며 제 갈길을 그렇게도 열심히 간다.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열심히, 뚜벅뚜벅 제 갈길을 향해 걸어가느냐다.

 

 이 영화가 주는 교훈은, 감동은, 그렇게 우리네가 잃어버린 것들을 다시금 생각하게 함으로써 형성된다. 그동안의 삶을 반추하게 한다고나 할까. 마음이 뭉클거리고 따뜻해지고 마침내, 감동은 징-하게도 오래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