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김정미의 창작놀이터


시간을 달리는 소녀

(時をかける少女, 2006)

 감독: 호소다마모루
주연: 나카리이사, 이시다타쿠야
제작: 일본

 

 타임캡슐, 타임머신 등은 많은 사람들이 한번씩은 꿈꿔왔던 달콤한 이야기다. 누구든, 미래를 궁금해하고 이루지 못한 과거를 그리워 한다. "한번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진리를 못내 아쉬워하며 사람들은 시간에 대한 집착과 미련을 갖기 마련이다.

  이 영화 역시 제목에서 보여지듯 '시간'이 주된 소재다.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보였던 작품으로 일본애니메이션인 만큼 아주 잘 만들어진 '웰 메이드 무비'다. (역시! 일본은 대단해! )

  우연히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된 여고생에게 벌어지는 나날들. 오늘 경험한 일을 과거로 돌려 또 한번 겪을 수 있으니 9점이던 시험점수는 100점으로, 실수했던 가정실습은 남의 실수로 돌릴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원래 행해졌던 시간의 흐름을 바꿈으로써 또 다른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가정실습에서 실수를 했던 자리를 딴 친구에게 넘겨주면서 그 실수를 그 친구가 대신하게 된다. 그리고 과정된 감도 있지만 어쨌든 그 친구는 그 사건으로 인해 많은 괴로움을 겪는다. 주인공의 이모가 지적했듯 '나때문에 또 다른 누군가는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경우, 과연 시간을 되돌린다는 것은 단순한 의미로 생각될 수 있을까.

  '시간'은 흐르면 또다시 거스를 수 없는 비가역성 존재다. 마치 우주와 만물의 생성 원리가 '원래 그러하듯' 말이다. 그러한 힘을 의도적으로 바꿔놓았으니 어떤 식으로든 엉키고 마는건 당연한 거 아닌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 아닌 자신의 편의상 시간의 흐름을 바꾸고 과거로 돌려놓는 소녀는 결국 알게 모르게 주변인들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그리곤 아이러니 하게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영화를 보는내내 생각해 봤다. 내게도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과연 언제로 돌아가야 할까, 하고 말이다. 손꼽을 수가 없다. 그리고 과거로 되돌아 가서 겪게 될 일들 역시 예견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갑갑하긴 마찬가지다. 그저 '만화이겠거니'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다. 욕심을 버리면 고요해질 수밖에. 

 이 영화가 다양한 교훈을 안겨 준 셈이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과 "한번 지나간 시간은 그것으로 그만"이라는 것. 그리고 뜻밖에 얻게 된 행운에 마음을 쓰면 우주의 힘으로 흘러가던 것들이 오히려 엉키고 만다는 것 등등. 불교론자는 아니지만 '욕심을 버리면 마음이 편하다'는  진리를 새삼 생각하게 된다.

  이게 애니메이션의 힘인가. 소재, 줄거리, 교훈 모든 면에서 짝짝짝 박수를 쳐주고 싶은 작품이다.

*5년 전에 쓴 글을 퍼다 놓습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