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저들을 위로하는 귀여운 가족영화 <미스리틀선샤인>
미스리틀선샤인
(Little Miss Sunshine, 2006)
감독: 조나단데이톤,발레리파리스
주연: 그렉키니어, 토니콜레트 등
제작: 미국
정말 괜찮은 영화다. 한 껏 꾸미고 포장하지 않았는데도 감동적이라고나 할까.
<루저들의 상처를 싸매주는 붕대같은 영화>라고 이동진 평론가는 별 네개를 주며 평하고 있다. 공감이다. 이 영화는 항상 승자가 되어야 한다고 되뇌이며 살았지만 녹록치 않은 삶을 만나 실패를 거듭하는 루저들을 어루만지는 영화다.
삶이 그리 쉽던가. 마음 같아서는 계획같아서는 무엇이든 될 것만 같다. 어릴 때는 '어른이 되면' 성공할 것 같았고, 어른이 된 지금은 서른이 되기 전까진 무엇인가를 이룰 것만 같다. 이왕 사는거, 폼나게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난 평범하게 살지 않을거야-라는 꿈이 어느 순간 와르르 무너져 내릴 때, 그 때의 심정은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현실이 그렇다는 것이다. 생각하는 대로 잘 풀리고 계획한 것은 죄다 이루는 '승자'의 삶이란 없다는 것이 현실이고 실패를 거듭하는 패자들이 무수히 널려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승자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보단 '실패하는 자만이 승리할 수 있다'는 진리가 더욱 정답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족'의 존재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서로를 못 잡아먹을 것 처럼 으르렁 거리는 영화 속 이 가족을 혹자는 '콩가루 집안'이라고 한다. 하지만 '콩가루 집안'이라는 말은 누구의 가정을 기준으로 했을 때 도출된 답인가. 이 가족만큼이나 사연 없고 문제 없는 집안이 있을까. 그런 가정이 있다면 브라보, 박수 짝짝. 참으로 부러울 수밖에.
혈연으로 묶였다는 이유만으로 참을 수 없는 고통과 상처를 안겨주는 가족들. 허나, 그 상처와 고통또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치유되니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예측할 수 없는 미지의 숫자처럼 예측할 수 없는 것이 가족관계인 듯 싶다. 그리고 분명한 건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그 흔해빠진 말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한국 영화 <좋지 아니한가>가 생각났던 것도 이 때문인 듯 싶다. 의욕없는 가족들의 멍한 표정. 서로에게 말 하는 것도 귀찮다는 듯, 욕지꺼리를 내뱉고 소리를 지르지만 중요한 순간 가족은 하나가 된다. 역시 '피'는 무시할 수 없는 법인지라 내면의 성향이라던가, 발끈하게 되는 계기역시 비슷해 결정적인 순간 하나가 되는 힘을 발휘한다. 이 얼마나 완벽한 가족인가. 이런 가족을 보고 누가 '콩가루 집안'이라고 혀를 찰 것인가. 사는 게 다 이런 것을, 이렇게 살아가는 게 이 세상의 가족인 것을.
'삑삑' 경적을 울리는 노란 봉고차를 질질 끌고서 긴 여정을 떠나는 이 가족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밟힌다. 그들은 분명 지금도 서로에게 신경질을 내며, 때론 의욕없는 눈빛으로 멍하니 살아가고 있겠지. 승리하고 싶었지만 인생이란 그렇듯이 실패도 거듭하고, 그럴 때마다 허술하지만 울타리가 되어주는 가족들을 바라보며 힘을 내고 또 그렇게 힘을 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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