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김정미의 창작놀이터


미스포터
(Miss Potter,2006) 

영국,미국/ 드라마/ 러닝타임,92분
감독: 크리스 누난
출연: 르네젤위거, 이완맥그리거,바바라플린,로이드오웬

  

<꼬마돼지 베이브>를 만든 '크리스 누난'감독의 두번째 영화다. 개봉당시, 포스터를 보고 왠지 시대물이나 판타지물일 거란 생각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그것도 그럴 것이 포스터 때문인데 위의 포스터는 미국판이고 한국판 포스터에는 토끼그림이 그려져 있지 않다) 

 그런데 주변에서 선배 두 분이 동시에 추천을 해서 보리라 마음먹었다가 드디어 이제야 보게됐다. 어려운 이해를 요하는 영화는 아니어서 보는 내내 마음이 편안했다. 포스터에서 르네젤위거가 하늘색 드레스를 입고 '포터'라는 단어 때문에 그랬는지 '마술'세계를 그린 판타지 영화라는 생각이 강했는데 알고보니 전기영화였다. 


  누구나 한번쯤 토끼그림의 동화를 본 적 있을 것이다.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베아트릭스 포터'의 삶을 그린 이 영화는 따뜻하다. 그녀의 순수함 만큼이나 과도한 포장과 굴곡없이 매끈하게 그려진 영화다. 

 어려서부터 이야기하기를 좋아하고 대자연과 그림그리기를 좋아했던 베아트릭스는 '쓸데없는 몽상'이라는 어머니의 꾸지람에도 불구하고 그림을 계속해서 그린다. 결국 출판사를 통해 책을 출판하게 되고 그녀의 책은 베스트셀러가 된다. 그렇게 돈을 모은 그녀는 어릴 적, 상상력의 근원이 되었던 대자연을 살리기 위해 <내셔널트러스트>운동에 동참하게 된다. 그녀가 내셔널트러스트의 시초격인 인물이었다니! Oh my god! 대단하다. 


 짧은 러닝타임 안에 한 인물의 생을 담아내기엔 얼마나 부족한가!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베아트리체의 삶을 다 담아내기엔 역부족이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라던지, 또 다른 사람을 만나 사랑에 빠질 때라던지, 혹은 자연을 사랑하는 그녀의 마음이라던지 속속들이 모든 내용을 자세하게 담아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실존했던 인물을, 그것도 아름다운 마음을 지녔던 그녀를 알게 된 것은 큰 선물이라 할 수 있겠다.

  <이야기 첫 줄을 쓸 때는 가슴이 설렌다. 목적지를 정하지 않은 여행처럼>

  극 중 베아트리체가 한 말이다. 그녀는 일생 내내 설렜을 것이다. 그녀의 인생은 뚜렷한 목적지가 정해지지 않은 여행, 늘 한 줄 한 줄 새롭게 써나간 그녀의 동화를 닮았기 때문이다. 

 나도 베아트리체처럼 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