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816] 꾸준히, 묵묵히
우주도 자고, 신랑도 자는 밤.
묵묵히 써내려 간다. 한 글자씩 한 글자씩.
마치 세상을 처음 배우는 7개월 된 내 딸처럼.
우주를 보면 기운이 난다. 희망이 생긴다.
요즘 우주는 배밀이인지 기는 건지 헷갈리는 몸짓으로(엉덩이를 들었다 놨다 안간힘을 다해가며) 열심히 돌아댕기는 중이다.
이미 침대 위에서 여러번 떨어졌다. 다행히 낮은 범퍼 침대를 사둔 덕에 충격이 심하진 않겠지만, 어쩌면 이것 역시 어미의 착각, 우주 입장에선 '쿵' 소리가 날 정도니 꽤 아플 거다.
그런데도 침대 끝에 고개를 내밀어 뛰어들 준비를 한다. 두어번 머리를 부딪힌 뒤로는 팔을 먼저 내밀어 꾹꾹 짚어보고, 엄마가 있는지도 확인한다. 그러곤 안전하다 싶은지 그대로 낙하. 신나게 모험을 떠난다.
무수한 반복과 실패, 시행착오. 그 끝에 조금씩 성장하는 것. 그게 우주의 하루 일과다.
엄마인 나도 우주처럼 그렇게 꾸준히 묵묵히 나아가려 한다.
커서가 깜빡이는 흰 여백을 바라보는 건 늘 두렵지만, 까만 글자를 하나 하나 입력해야 단어가 되고 문장이 된다는 걸 안다.
이 밤들이, 글들이 차곡차곡 쌓이면 뭐라도 되겠지. 오늘은 에어컨을 꺼도 살만하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걸 보니, 곧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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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엄마다
방송국 근처, 카페에서
책 읽다 생각에 빠져
냅킨에 그림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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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 소개] 둘에서 셋
올해 1월 5일, 아침 7시 36분
내 딸 축복이가
3.67kg의 묵직한 존재감을 과시하며 세상에 태어났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둘에서 셋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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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도, 임신도, 출산도
모든 게 처음이기에
낯설고, 두려웠던 시간들을
'편지'의 형식으로
끼적이곤 했다.
그마저도
게으른 탓에
아주 가끔씩 남기곤 했지만
'기록'이란 건 참 신기하지,
그새 추억이 되어
글을 읽으면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리고,
'조금 더 열심히 기록해둘걸'
하는 아쉬움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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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나는 게으른 엄마다.
물론 핑계는 다양하다.
많은 핑계 중,
대표적인 하나를 찾는다면
여전히 '글'이고 '동화'다.
엄마, 아내, 며느리...등등
무수한 역할 속에서
동화작가라는 정체성을 놓지 않으려
애쓰고 있기 때문에
육아와 글 속에서
휘엉청 중심을 잃고
갈팡질팡할 때가 많다.
그러니까,
육아를 안 할 때
글만 쓴다면 좋겠지만
대부분은
"글 써야하는데"라는
자조만 하다 시간 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출산 후 7개월 동안,
제법 열심히 살았다.
엄마가 되기 위해,
동화를 놓지 않기 위해.
그 발버둥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급한 원고를 마감할 때는
이렇게 책상 위에 우주를 앉혀놓고
글을 쓰기도 했다.
(다소 위험한 장면이지만,
아가가 인내심이 없으므로
이 자세는 5분 정도 유효하다.)
외출을 해야 할 때는
이렇게 의자에 앉혀놓고
온갖 재롱을 떨며 화장을 했다.
나 참 열심히 살았네.
흑...(눈물 좀 닦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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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이가 태어나서
모든 걸 다 처음 익히다보니
혼란 대 혼란! 카오스!
그 과정을 거쳐
지금은 생후 7개월.
요즘 축복이는 열심히 뒤집고,
모험거리를 찾아 기어댕긴다.
낯선 사람을 보면 울어대면서도
꾸준히 탐색한다.
무수한 실패와 아픔을 겪으며
세상을 배워가는 중이다.
그건,
초보 부부인 우리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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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이 모든 느낌을 글로 쓸 수 있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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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딸에게 쓰는 편지>
이 코너는 어쩌지?
아무도 읽어주지 않지만
꾸준히도 올리던 코너였는데...
잠시 숨 좀 고르고 헤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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