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김정미의 창작놀이터


나는 소위 <문구 덕후>다.
예쁜 펜, 공책이 보이면 고민 없이 사고 수집한다.

우리집, 3칸짜리 서랍엔 내가 모은 공책들이 한가득 차있다. 20대 시절부터 모은 거다.


수집하려는 목적을 갖고 산 건 아니다.
예뻐서 사다보니 늘어났고,
아끼며 쓰다보니 늘어났다.
(아기면 💩된다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내가 왜 이렇게 문구에 집착하는지 대략은 알 것 같다.

어릴적, 우리집은 형편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할머니, 부모님 모두 열심히 일했으니 찢어지게 가난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빚은 늘었고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tbn대구교통방송 <동화로 보는 세상>에서 이번주에 소개한 동화가 유은실 선배작가님의 [드림하우스]였는데, 주인공 곰 가족의 주거빈곤을 나는 알고 있다.

어찌나 이사를 많이 다녔는지... 자꾸만 구석으로 몰리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내가 살던 곳은 제주도. 전세(제주에선 사글세 개념으로 일 년치  주거비를 내고 산다)가 그리 비싸지 않고, 집도 많고, 인심도 팍팍하지 않아 그런 환경 속에서도 제법 잘 살아갔다.

하지만 문제는 욕구불만이었다. 언니, 오빠는 욕심이 없는 아이들이었다(이제는 그게, 애써 참은 것이란 걸 안다. 갖고픈 게 없는 아이가 세상에 있을까?). 반면 나는 갖고푸 것도 많고 보이는 건 다 사달라 떼쓰고 조르던 아이였다.

엄마는 나같은 아이는 처음이라 내가 길바닥에 드러누워 떼쓰면 달려가서 사다 줬다고 한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난, 오빠 언니에 비해 정말 많은 걸 받고 자랐다.

그런데도 항상 갖고픈 게 많았다. 초등학생 때는 공책, 연필, 인형... 중고등학교 때는 메이커 운동화, 가방, 양말.

하지만 더이상 원하는대로 가질수 없었다. 난, 다섯살짜리 아이가 아녔고 무엇보다 부모님이 얼마나 고되게 사는지 알았으니까.

초등학교 때, 생일파티를 하는 친구가 가장 부러웠다. 친구 생일날 갔다가 친구가 버리려던 공책을 얻어왔다. 지금도 기억난다. 공책은 친환경 재지로 만든 것이었고, 표지엔 캠페인 용어가 써있었다. 아마, 그 친구도 어느 기관서 받은 공책이었을 거다.

그 공책 앞장엔 친구가 적은 글이 있었고, 나는 그 한장만 잘라 일기장으로 썼다.

그 당시, 내가 굉장히 좋아하던 건 '일기쓰기'. 그 공책을 일기장으로 썼는데 선생님이 그 밑에 이렇게 적으셨다.

'공책을 찢어쓰는 건 나쁜 버릇입니다.'

아, 그때 난 얼마나 상처를 받았던가. 나름 재활용한 공책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웃어넘길 일이지만, 그땐 뭐가 그리 서글펐던지.

어른이 되니 세상이 다 내것 같았다. 물론 등록금 마련, 자취방 월세 마련 등으로 청년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그래도 대학 졸업 후, 내가 벌어 뭔가를 내맘대로 살 수 있단건 몹시 신나는 일이었다. 그래서 부지런히 모으지 못했단 건 슬픈 일이지만.


여전히 나는 예쁜 걸, 내 마음에 드는 걸 산다. 물론, 상한선은 있다. 내 기준에 비싼 건 절대 NO. 간이 작아서 ㅎㅎ 딱 '소확행'할 정도만.

하루에 한번은 포스팅하고 싶어 주저리주저리 쓴 글이 괜히 길어졌다. 글이란 신기하지. 매번 이렇다. 쓰다보면 기억 저편 꽁꽁 숨겨뒀던 일들이 떠오른다.

이 모든 문구들은 우주 주거나, 누구 주거나, 아니면 내가 평생 쓰겠지.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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