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김정미의 창작놀이터

 

 

 

 

여행사 특가만 모아둔 어플을 다운 받았다.

그랬더니 이벤트가 뜰 때마다 알람이 띠링 띠링 울린다. 대부분은 그림의 떡이다.


그런데! 보고야 말았다.

A항공사의 오즈 뭐시기인가 하는 이벤트를!


이스탄불 왕복 항공권이

50여만원 밖에 안하는 게 아닌가!!!!


세상에! 두 명이 다녀와도 100만원 밖에 안하잖아.

 

어머 이건... 지.. 지...질러야해

 

신랑에게 바로 캡쳐해서 카톡을 보냈다.

그랬더니 신랑에게 카톡이 왔다.


 "안 돼. 아직 정해진 게 없잖아."


맞다.(라고 쓰고 "그래 네 똥 굵다"로 읽는다)


나는 현재  모 공공기관의 계약직 사원이고,

7월에 계약이 종료된다.

허나 어떤 어떤 이유 탓에

섣불리 행동하기 애매한 상황이다.


그래, 신랑 말이 백번 맞다.

하지만 뭔가 기분 나쁘고, 울컥 한다.


아니, 안 되긴 뭘 안된다는 거얏?

누가 비행기표 끊는댔남?


"그냥 싸다구! 싸다구!!!|


에잇! 오늘 저녁 하서방 '싸다구!' 예약!


나는 전형적인 B형 여자.

다혈질에다 기분파인 반면,

신랑은 O형 남자.

섬세하고 이성적이다.


나는 일단 질러놓고 곧 후회하며

얄팍한 정 때문에 거절을 못하는 반면

랑은 매우 꼼꼼히 고민하여 결정하며 거절에 능숙하다.


나는 버럭 화를 즐겨내고 잊는 반면,

신랑은 친절히 말하고 잊.. 잊지 않는다.

설마 악행의 기록장을 쓰는 건 아니겠지?

긁적... (무섭다)


난 신랑의 말에 반발하다가도 대부분 따르는데, 그 이유는 신랑은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참 달라서 잘 맞는 우리.(진...짜?)


잠깐! 말이 옆으로 샜는데, 나 정말 여행이 그립다. 

서른에 훌쩍 떠난 한달 간의 '나홀로 유럽 여행'.

그리고 서른둘에 신혼여행으로 떠난 프랑스 파리!


아, 이게 다라고!
가고 싶다고!
가고 싶다고!


땡깡 시전.

그러나 나는야,  돈도 없고 시간도 없는,

짤리면 바로 삶의 질이 추락하는

대한민국 일개 계약직 직장인일 뿐!


거기에다 신랑이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 

결혼한 지 일년도 안 된 새댁일 뿐...


(잠깐만, 나 눈물 좀 닦고)


언젠가 떠나리!


오늘도 나는 항공권 특가 정보를 검색하며

머릿속에 드넓은 지중해와 멋진 사원을 떠올린다.


한참을 멍 때리다

다시금 정신 차려 서류를 붙들고 있는

나는야, 계약직사원 새댁 입니다. 끝!


ㅡ첫화는 썰렁하게, 다급하게 끝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