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김정미의 창작놀이터

기저귀를 손으로 들고 다니며
온 집안을 닦는다.

엄마가 의자에 앉으면 와서 매달린다.
넌, 너의 구역이 있잖니.
엄마에게도 자리를 줘!

책을 꺼내려는 줄 알았는데
책장을 올라타는 거였다.

누구보다 빠르게,
삭삭삭삭.

도대체 거기엔 왜 들어가
울고 있니?

그런데 이 울음,
가짜울음으로 밝혀졌다.

울다 멈추고,
사진 찍는 엄마를 멀뚱히 바라봤다.
"도대체 뭐하심요?" 하는 얼굴로.

이러다 결국 떨어졌다지요.
엄마는 비명 지르며 달려갔는데
대자로 누워있던 넌...
울지도 않고 멀뚱!
결국 엄마에게 혼난 9개월 아기.

요샌 뭔가를 비밀스럽게 하려다
엄마빠 눈치를 본다.
엄마 한번 보고 쓰레기통 뒤집고,
아빠 한번 보고 핸드폰 만지고, 하는 식.

귀...귀엽다.ㅜㅜ


우주가 결국 감기에 걸렸다.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다 걸렸는데 네가 안 걸리면 용하지. 모유수유마저 끝낸 시점이라 더욱 면역력이 약해진듯 하다. 나도 덩달아 온몸이 다 쑤신다.

어제 아침에 왼쪽 콧구멍에서 하얀 콧물이  주륵 흘렀는데 수업, 방송국 갔다가 반나절만에 와보니 양쪽 콧구멍에서 콧물이 주륵주륵.

다행히 열은 없다. 하지만 밤에 계속 깨서 칭얼대고 아침에는 누런 콧물까지 나와 병원에 다녀왔다. 열도 없고 기관지도 이상 없고, 콧물감기인 걸로.

난생 처음 감기약 먹은 우주, 헤롱 헤롱. 집에 와서 우유 먹고 낮잠을 잤다. 그런데 여전히 콧물이 주르륵. 내일이면 낫길...

병균과 싸우며 크는 우리 딸. 기특해, 기특해.

 

난 게으른, 불량 엄마다.

중기 이유식도 하루에 두번 줘야 한다는데 하루에 한 번도 버겁고, 어떤 경우엔 건너 뛴다.

우주가 태어나면 육아일기를 쓸거라 다짐해놓고 정말 딱 작심삼일. 아기 낳은 다음 날, 입원실에서 연필을 쥐고 서너장 빽빽이 써내려갔다.(손목 나가려고 작정한 거지뭐. 난 이렇듯 아주 많이 어설프다.)

하루 하루 최선은 다했지만 기록 남기는 건 게을렀다. 스튜디오 촬영 계약도 안했으니 100일은 셀프 촬영. 200일도 건너 뛰고 ^^; 그래도 매일 매일 핸드폰으로 찍는다. 울 아가, 그동안 무럭무럭 잘 컸구나.

갈수록 이뻐지는 딸, 흔적을 남기고 싶어 뜬금없이 적어본다.

나의 우주, 오늘 생후 264일 8개월 20일차다.

이가 위아래 두개씩 나고, 오늘 보니 윗니 하나 더 쏙 올라오는 중이다. 뼈가 살을 뚫고 나오는데 제 딴엔 얼마나 아플까. 그래도 순한 우주는 밤에 울며 한두번 깼다가 금방 잠이 든다. 열심히 크는 중이다.

우주는 에너자이저. 엄마, 아빠보다 건강하고 활동적이다.

침대를 기어 종횡무진하다 요샌 침대를 스스로 내려가고 올라온다. 엄마 아빠가 대자로 누워 막아도 포기를 모른다. 몸을 넘어서서 기어코 침대 가장자리에 가서 대롱대롱 바닥을 내려다보며 스릴 만끽.

뭐든 잡고 혼자 일어서서 꽤 오래 서 있는다. 어른 손을 잡고 일어서면 열걸음 이상 걷는다.

워낙 재빨라 욕실에도 들어가고 보일러실도 들어가고 옷방에 가서는 거울도 보고. 온 방문을 꽁꽁 닫아뒀다.

거실 탁자 아래 들어가는 걸 좋아하고, 의자 밑에 머리는 쿵 박아 찡찡댄다.

부엌에도 들어가 온갖 물건을 헤집는다. 싱크대 서랍 가장 아랫단을 연다.

조용하면 의심해봐야한다. 시디를 꺼내 냠냠.

그리고 예쁜짓도 늘었다(*.*)

어깨를 좌우로 왔다갔다하며 까닥까닥 리듬도 타고, 코 찡긋 하며 웃고, 한쪽 손을 "안녕"하듯 흔들고 엄마, 아빠 하며 누군가를 알고 부른다기보단, 아무튼 제법 정확한 발음으로 의사 표현한다. 아침에 눈뜨면 꺄약 엄청 큰 비명을 지르며 존재감을 전달하고, 가끔 노래하듯 흥얼댄다.

거울 보여주면 좋아하고, 아기띠 매면 나가는 줄 알고 파닥파닥 좋아서 난리다.

우주, 오늘도 어제와 같은듯 다르게 크는 중이다.

내가 엄마가 된지도 264일이다.

기적 같은 하루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