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긍정미, 나홀로 배낭여행을 떠나다.
이것은 서른, 긍정미의 여행기다.
이미 일 년이나 지나버린, 그래서 갸우뚱 할 수도 있지만 해야만 하는 이야기.
발효 되기까지 무려 1년이나 걸린 여행기(라고 말하는 건 내 게으름에 대한 핑계에 불과하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좋겠지만, 어쨌든 시작은 순전히 날 위한 글이 될 거다.
직장을 때려치고, 퇴직금으로 여행을 계획했다. 처음엔 터키에 가고 싶었다. 계기는 간단했다. 대학로 김밥집에서 신문 한 장을 발견했다. 모 신문사의 '주말 섹션' 판, 여행 지면에 실려 있던 내용이었다. 스머프가 탄생하게 된 배경지이기도 하고, 스타워즈가 촬영되기도 했다는 곳. 터키 괴뢰메. 거기에 가고 싶었다. 열기구도 타고, 삐죽빼죽 괴기하게 솟은 암석들도 보고 싶다. 그렇다, 돌무더기가 보고 싶어 터키에 가고 싶었다.
내가 계획한 여행 기간은 한 달. 그리고 오로지 혼자서 하는 여행.
터키에서 한 달 정도 보낼 생각을 했는데, 뭔가 아쉬웠다. 그래서 그리스를 생각해냈다. 그래서 일단 '그리스 in''터키 out'으로 티켓을 예매했다. 아부다비 항공으로 경유해 떠나는 코스. 항공권은 100만원 정도. 나름, 득템이었다.
그리스, 그리고 터키.
이렇게 한 달을 생각했다. 그런데, 뭔가 또 아쉬웠다. 그리스와 동유럽이 이렇게 가까이나 있다니. 부다페스트가 떠올랐다. <글루미 선데이>의 배경지. 그냥 무작정 가고 싶었다. 영화를 좋아하기에. 그래서 헝가리를 넣었더니, 그 옆에 있는 체코, 오스트리아가 자꾸 밟혔다. 그래서 넣어 버렸다. 그렇게 '판'이 커졌다.
그리스, 헝가리, 체코, 오스트리아, 터키.
무려 5개국이나 여행하기로 마음 먹었다. 배짱 두둑했다. 걱정도 됐지만, 내 자신이 미덥기도 했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먹고 놀고 쉬면서' 아주 잘, 여행 했다. 무려 살이 붙어 돌아왔으니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여자 혼자서 괜찮겠어?" 이건 주로 남성분들 걱정.
"영어도 잘 못하잖아. 괜찮니?" 이건 나 혼자서 지레 겁먹고 하는 말.
그래도 이번 기회가 아니면 못 갈 것 같았다. 이미 티켓을 끊었고, 가기만 하면 된다. 가장 어려웠던 건 코스를 짜고, 어디에 묵을지 숙소를 정하는 거였다. 지금 같으면 그냥 가서 구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첫 유럽 여행' 아니던가. 더군다나 영어도 '짧지' 않나.
대략, 한 도시에 몇일을 머물지 정해야 했다. 도시와 도시 간에 이동하는 열차 및 페리를 예매하는 것도 미리 해야만 했다. 비용도 훨씬 저렴했고, 빈 자리가 있을 지도 의문이었기 때문에. 여행 카페를 들락날락하며, 휴식 기간 대부분을 여행을 계획하는 데 쏟았다.
그렇게 여행 노트가 탄생했다.
여행지에서 만난 친구들 중 몇명은 이 노트를 찍어가기도 했다. 이렇게 준비한 사람은 처음 본다며. 나도 내가 이렇게 준비성 철저한 인간인지 처음 알았다. 여행 초반엔 요긴했다. 그러나 후반으로 갈수록 거들떠 보지도 않게 됐다. 그래도 숙소나 이동수단(열차 번호 같은 것들)을 상세히 적어둔 건 확실히 도움이 됐다. 그러나 아무래도 나중에 또 여행을 하게 된다면 이렇게 꼼꼼히 준비하지는 않을 것 같다. 여행책 한 권이면 해결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 그러고 보면,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처음' 이라는 것은 무한대의 설렘을 안겨주는데 어설퍼도 지나고나면 빛나는 순간, 그게 바로 '첫 경험'이다. 지금은 마구 찢어지고 너덜너덜해져서 어딘가에 쳐박힌 여행 노트. 긍정미의 역사 한 페이지를 장식한 녀석. 언젠가 짐을 뒤적일 때, '짠' 하고 나타나 잊혀진 기억들을 끄집어낼 것이다.
언제 완성될지 모르는, 갑자기 '삘' 받으니 써보는 긍정미의 여행기.
자, 시작.
* 이 글은 언제고 여러번 바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