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김정미의 창작놀이터

 

동화작가로서 가장 기쁜 순간은 언제일까요? 바로 어린이 독자들에게 편지를 받을 때입니다.

저는 등단 4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고 배울 것도 많은 '새내기 작가' 입니다.  "4년이나 되어 놓고, 네가 무슨 새내기냐?"라고 묻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하지만 아직도 글을 쓰며 좌충우돌하는 중이기에 쑥스럽지만 아직도 신인이라 스스로를 부르고 싶습니다. 이 시간을 잘 갈고 닦는다면 저도 어엿한 작가 반열에 드는 날이 오지 않겠어요? 제발, 그날이여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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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길었습니다. 첫 장편동화 <유령과 함께한 일주일>을 펴낸 이후, 신기하게도 독자들을 만날 기회가 많이 생겼습니다. 지인 찬스를 통해 여기저기에서 강연 제의가 왔고, 기꺼이 독자들을 만나러 출동했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어린이 독자들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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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작가라는 직업은 고독합니다. 특히, 동화작가는 더더욱 그런 듯 합니다. 작품의 독자는 어린이들인데, 어린이들이 항상 옆에 있지 않으니 자칫 잘못했다가는 어린이와 동떨어진 작품을 쓰기 쉽지요.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소재도 찾아보고, 어른들끼리 머리를 맞대 작품을 평가하기도 하지만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입니다.

그럼 뭐를 어쩌냐고요? 방법은 하나, 열심히 묵묵히 쓰는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작가가 그러하듯 말이에요. 저 역시 어린이 독자들을 만날 날을 손꼽으며 묵묵히 글을 써내려가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만나고 싶던 독자들을 첫 단행본을 펴낸 후 만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의 솔직한 소감과 피드백은 덤이지요.

 

또, 말이 길어졌습니다. 2016년 여름에 광주역시의 한 초등학교에 강연을 다녀왔는데, 그곳에서 동화작가가 꿈이라던 4학년 인아를 만났습니다. 저는 강연을 갈 때마다 제 책을 몇 권 가져가서 선물로 나눠주곤 하는데, 하필 공교롭게도 이 친구는 책을 선물받지 못했어요. 굉장히 갖고 싶어하는 표정이었는데 말이에요. 저도 두고두고 마음에 남았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에게 팬레터가 도착했습니다. 바로, 인아에게서 온 편지입니다. 저에게는 첫 팬레터였지요. 알고보니 저를 초청했던 사서 선생님께 제 주소를 받아 팬레터를 보냈다고 해요. 어찌나 기쁘고 행복하던지, 정말 제자리를 방방 뛰고 싶었다니까요. 사실 마음속으로는 몇 번이고 곡예를 부리고 있었습니다.  

 

 

택배를 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 정성껏 포장한 황금색 포장지를 뜯은 저는 감동하고 말았습니다. 편지와 함께 스티커, 펜, 샤프, 각종 간식거리가 가득 담겨 있었거든요! 어쩜~. 정말 그 예쁜 마음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무한 감동!!!! 절로 이런 말이 튀어나왔습니다. "동화작가가 되길 잘했다!" 난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요. 아마 이 편지는 앞으로도 영영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인아의 이름도 말이지요. 츤데레한 저는 감동 받은 나머지 인아에게 손편지와 선물을 보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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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아는 아직도 동화작가가 꿈일까요? 어릴 때는 꿈이 몇 번이고 바뀌는 법이니까, 저는 인아가 어떤 꿈을 꾸든 응원해주고 싶습니다. 가끔 인아를 떠올리면 광주에 놀러가고 싶어집니다. 다시 또 강연 기회가 온다면 슝! 날아가려 합니다. 앞으로 더더욱 좋은 작품 많이 쓰겠습니다. 전국의 어린이들과 친구가 되는 그 날을 위해!

 

이렇게나 맛있는 간식도 잔뜩! 고백하자면 안 먹고 고이 모셔두었습니다. 그러다 한 1년 지난 후 먹은 듯 해요. 저는 촌데레한 작가니까욧!ㅎㅎ

 

'정성, 진실을 가득 담아서'라니... 마치 어린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답니다. 편지 내용은 비밀이에요!

 

 

저의 첫 장편동화인 <유령과 함께한 일주일>은 유난히도 수상복이 많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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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동화 공모전에서는 최종까지 올랐다가 번번히 미끄러져 저를 속상하게 했지만, 책으로 세상에 나온 후에는 독자들의 '무한 사랑'을 받은 작품이자 많은 이들과 소통할 수 있게 해준 작품이랍니다. 모든 작가에게 그렇듯, 이 작품은 저의 첫 장편동화이기에 유독 마음이 가는 작품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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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과 함께한 일주일> 2016년 5월 5일 어린이날발간되었습니다. 굉장히 뜻깊은 날 태어났죠? 이후, 다양한 상을 받으며 많은 독자들을 만났답니다. 그동안 제 블로그에는 수상 내역을 정리한 적이 없는 것 같아서 포스팅으로 작성해 보았습니다.

 

짜잔! <유령과 함께한 일주일>이 받은 상은 위와 같답니다. 2016년 발간 첫 해에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청소년 권장도서'에 선정된 데 이어 '2016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도서'뽑혔습니다. 그리고 이듬해엔 2017년에는 '한우리 독서토론논술 필독도서'로 선정되었고, 이어 '행복한 아침독서 추천도서'로도 선정됐습니다. 출판시장이 어려운 지금, 작가로서 매우 다행이고 기쁜 일이지요.

 

앞으로 발간될 책들도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

 

 

 

<7> 딸에게 쓰는 편지

 

오늘은 축복이 네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알려주고 싶어서 편지를 써.

 

오늘 엄마는 돌봄교실 수업에 가서 1, 2학년 언니 오빠들을 만났단다. 우리 축복이도 소리 들었지? 마구 재잘거리고 떠드는 소리들을 말이야. 특히, 오빠들은 엄청 개구쟁이여서 소리를 지르며 쿵쾅쿵쾅 뛰어다니곤 해. 그럴 때마다 엄마는 무척 큰 목소리로 "쉿! 조용히 해!"라고 말한단다.

 

사실, 엄마는 말이야. 마음 같아서는 아이들이 그냥 뛰어놀게 하고 싶어. 우당탕탕 뛰어 노는 게 씩씩하고 귀여워 보이거든. 한참 뛰어놀고 싶은 나이인데, 얼마나 몸이 근질근질 하겠어. 엄마도 어릴 때, 골목을 아주 누비며 다녔으니까. 하지만 교실에서 위험할 수도 있고 다른 친구들에게 방해가 되면 안 되니까 그때마다 조용하라고 하는데 그때 뿐이란다. 엄마는 그게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 놀이에 집중하다보면 주변을 잊게 되니까 말이야.

 

오늘 1, 2학년 언니들이 와서는 "선생님, 배가 많이 불렀어요."하면서 관심을 보였어. "아기가 쿵쿵 차요?" 라고 묻고, 자기가 축복이처럼 엄마 뱃속에 있었을 때의 이야기-엄마에게 들은-를 하며 방긋방긋 웃더라. 얼마나 예쁘던지.

 

언니들이 엄마 배에 손을 대고 우리 축복이가 발로 쿵쿵 차는 것을 느끼려고 얼마나 애를 썼는지 몰라. 쑥스러워 하는 친구도 있었고, 너에게 "축복아"라며 말을 거는 친구들도 있었어. 그런 언니들이 얼마나 예뻤는지 몰라. 몇몇 친구는 축복이가 발로 쾅 차는 걸 느꼈어. 엄마 오른쪽 배에서 느껴졌지. 유독 언니 중 한 명은 태동을 못 느껴 속상해 했단다. "왜 나만 못 느끼는 거야~"라면서 말이야.

 

뒤늦게 온 민경이 언니는 "선생님 아기 낳고 왔어요?"라고 물었단다. 하하. 지난주 월요일, 피가 비치는 바람에 돌봄교실 갔다가 잠깐 조퇴해서 병원에 다녀왔거든. 그걸 보고 몇몇 아이들은 내가 아기 낳으러 다녀온 줄 알았나봐. 어찌나 귀엽던지 ㅎㅎ 배가 볼록 나와 있는데도 병원에 다녀왔다고 하면 아이를 낳고 온 줄 안단다. 정말 정말 귀여운 언니, 오빠들이야. 축복이 너도 태어나면 그렇겠지.

 

집에 왔더니 제주에서 언니가 보내준 축복이 옷이 도착해 있네. 제주에 사는 이모 선물이야. 엄마에게 하나밖에 없는 언니란다. 선물을 받고 왜 이렇게 마음이 찡한지 몰라. 용진, 용환 오빠 키우느라 힘들텐데도 이렇게 선물을 사서 보내다니. 요며칠 SNS에 엄마가 받은 축복이 선물들을 정리해서 올렸단다. 그걸 보고 언니가 부담을 느낀 건 아닐까 싶어서 엄마는 마음이 좋지 않아. 축복이가 받은 사랑을 기억하고 싶어서 차근차근 기록해둔 건데 누군가에겐 '나도 선물해야 하는 건 아닐까?'라는 부담으로  느껴질 수도 있잖아. 설마, 그런 건 아니길 바라지만 말이야. 이모가 임신을 했을 땐, 엄마가 아직 미혼에다 결혼이 뭔지, 임신이 뭔지 하나도 모르는 천둥벌거숭이 같을 때라서 조카들한테 선물을 못 했어. 그런데 이렇게 축복이는 선물을 받는구나.

 

 

엄마는 요즘 주변에서 엄청난 호의와 배려를 받는단다. 축복이를 잉태하고 겪는 변화에 그저 어리둥절하기만 한데, 주변의 사랑에 "아! 내가 임산부였구나", "위대한 일을 하고 있구나!" 하고 깨닫게 되는 거야. 생각지도 못했던 호의와 사랑에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주변 사람들을 챙기며 선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돼. 꼭 물질적인 것을 받아서만은 아니야. 지하철에서 길거리에서 호의를 보여준 이름 모를 사람들이 참 많단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었지만.

 

이게 다 우리 축복이 덕분이야. 축복이 널 갖지 못했다면 이런 경험은 또 할 수 없었을테니까. 갈수록 축복이 너의 존재감이 커진다. 태동이 쿵쿵 심해지는 걸 느껴. 엄마는 요즘 배가 커지면서 땡땡하게 뭉칠 때가 있어. 순간 순간 걱정되기도 하고, 어떤 상황인지 어리둥절하기도 하단다. 일단 통증은 없어서 괜찮겠지 하며 넘기곤 해. 그리고 정말 아무 일도 없으니, 별 일 아닌 게지. 하지만 매순간 늘 걱정되고 두렵단다. 한 생명을 품는 게 이토록 조심스러운 일인지 몰랐어.  축복아, 무조건 건강히만 지내다 나오렴. 엄마는 늘 이 자리에서 널 기다리고 있단다.

 

앞으로 겪게 될 변화가 두려우면서도 기대가 돼. 얼마나 힘들지 모르지만 내가 품은 생명이 세상에 나와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엄마는 이 생을 살아갈 또 하나의 가치와 희망을 얻게 될듯 해. 우리 딸, 정말 정말 보고 싶구나. 그렇다고 빨리 나오라는 건 아니니까 충분히 놀다가 약속한 날에 만나자. 사랑한다, 우리 딸.

 

29주 5일된 너에게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