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김정미의 창작놀이터

 

2017년 12월 22일, 대구시 달성구 화원읍 행정복지센터에서 달성지역자활센터 자활근로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2시간 동안 <마을스토리텔링> 강연을 진행했습니다.  달성지역자활센터는 자활근로 참여자들의 자립 의지를 끌어올리고 다양한 소양을 갖추도록 격려하기 위해 이런저런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영광스럽게도 그 시간에 함께하게 됐습니다.

 

후기에 앞서 '자활사업'이 무엇인지 먼저 알아볼까요? 자활사업은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자 등의 자립 자활을 지원을 위해 근로기회를 제공하고 취업 알선, 자산형성 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업입니다. 지역의 읍,면 동사무소 등을 통해 사업 신청과 참여가 가능합니다.

 

이날 강연에 참여하신 분들은 실제로 달성 지역의 자활근로사업에 참여중인 분들이세요. 자립에 대한 의지가 강하고, 열정이 가득하신 분들이셨습니다. 강연 주제는 <마을스토리텔링>이었지만, 저는 이 분들이 제 강연을 통해 동기부여와 함께 희망을 얻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위기를 기회로-스토리텔링의 힘'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준비했습니다.

 

 

먼저 '스토리텔링'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했기 때문에 다양한 동영상과 자료를 바탕으로 쉽게 설명하려 노력했습니다.

 

사실, '스토리텔링'이라는 게 굉장히 막연합니다. 저 역시 개념을 잡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두 시간의 강연으로 스토리텔링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강연을 마친 후, 말로 설명할 수 없어도 마음에 스토리텔링이 무엇인지 따뜻한 온기와 느낌으로 남아있다면 성공한 게 아닐까요? 마치 좋은 작품을 읽었을 때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처럼 말이에요.

 

다행히 모두들 제가 준비한 자료에 집중해주셨고, 대답도 잘해주셨습니다. 그리고 매순간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해주셨답니다.

 

'스토리텔링'이 무엇인지 약간 감을 잡을 즈음에 <마을 스토리텔링>을 주제로 본격적인 강연을 진행했습니다. 대구시는 스토리텔링에 특화되어 있는 곳입니다. 대구 달성시 역시 '마비정 마을'을 비롯해 역사, 문화적인 자원이 풍부한 까닭에 다양한 마을 스토리텔링 작업이 진행되어 왔습니다. 저 역시 많은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답니다.

 

강연을 통해 강조한 게 있습니다. 바로, '사람은 한 권의 책'이라는 말입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인생과 삶을 살아갑니다. 그리고 자신만의 삶을 풀어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스토리텔링이라 볼 수 있겠지요. 모두의 가슴에 '스토리텔링'의 꽃이 피어나길, 자신의 삶을 하나의 스토리로 풀어내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강연을 마쳤습니다.

 

덧)))

* 사람들의 초상권 보호를 위해 사진 촬영은 따로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

* 임신 37주차인 만삭 강사가 불편할 법도 한데, 격려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청중들 덕분에 저도 큰 힘을 얻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정미 동화작가의 신작 장편동화책 <보름달이 뜨면 체인지>가 발간되었습니다. 함께자람(교학사) '작은걸음 큰걸음' 시리즈 도서입니다.

저의 첫 장편동화 <유령과 함께한 일주일>이 2016년 5월 5일에 발간되었는데, 이 책은 2017년 12월 25일에 발간되었어요. 하나는 어린이 날, 하나는 성탄절. 뭔가 의미심장하다 혼자 생각하고 있습니다. ^^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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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 <파란파도> 등의 그림책을 펴내시고, <아토믹스> 등에 그림을 그리신 유준재 작가님께서 삽화를 그려주셨어요. 어찌나 신나던지요! (*.*) 정말 즐거운 작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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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이들이 나와 다른 상대방을 이해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작품을 쓰게 되었습니다.

사실, 남을 이해하는 데는 큰 용기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누구나 자기 아픔이 가장 큰 법이고, 자기 일이 가장 중대한 법이거든요. 이건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세상에는 남을 이해하려 노력하며, 공감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아마 하루아침에 뚝딱 되지는 않았겠지요. 숱한 노력과 공부와 '타인을 향한 상상력'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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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어린이들이 친구의 아픔에 공감하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어울리며 재밌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많은 사랑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

 

 

 

[책소개]

어느 보름날 밤에 시작된 황당하고 기막힌 보디 체인지 이야기

내성적인 성격의 다문화 가정 아이 아랑이와 아랑이를 괴롭히는 덩치 큰 다혈질 아이 몽이가, 보름달이 뜬 어느 날 허름한 동네 목욕탕에서 몸이 서로 바뀌면서 겪는 유쾌한 소동을 그린 장편 동화이다. 몸이 바뀐다는 흥미로운 설정에 신비로운 보름달 전설을 더해 공감과 소통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으로, 몸이 바뀐 뒤에 벌어지는 사건 하나하나가 흥미롭고, 아이들이 바뀐 몸으로 살아가는 동안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며 한 뼘 마음이 성장해 가는 이야기가 감동을 준다.


생김새는 물론, 성격과 취미, 가정 환경까지 딴판인 두 주인공, 아랑이와 몽이는 바뀐 몸으로 살아가는 동안 서로에 대해 몰랐던 것들을 조금씩 알게 된다. 그리고 겉모습 뒤에 감추어진 아픔과 결핍을 이해하며 진심 어린 위로를 주고받는다. 현실에서는 결코 가까워질 수 없는 두 아이가 몸이 바뀌는 기상천외한 일을 겪으면서 환상의 친구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통해 공감과 소통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저자 소개

작가파일보기 관심작가알림 신청 저 : 김정미

제주도 모슬포에서 태어났으며, 2013년 어린이동산 중편동화 공모에 「나는야 하모리 바리스타」로 우수상을 수상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4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붕어빵 잉어빵 형제」가 당선되었고, 단편 청소년소설 「스키니진 길들이기」로 제12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을 수상했으며, 2015년 중편동화 「시인 래퍼」로 제22회 MBC 창작동화대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청소년소설집 『스키니진 길들이기』(공저), 동화집 『시인 래퍼·사냥꾼 두실』(공저), 장편동화 『유령과 함께한 일주일』 등이 있다.

작가파일보기 관심작가알림 신청 그림 : 유준재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에서 섬유미술을 공부했다. 2007년 『동물 농장』으로 제15회 노마 콩쿠르에 입상했고, 2015년 『파란 파도』로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었다. 『화성에 간 내 동생』 『나는 무슨 씨앗일까?』 『지엠오 아이』 『소년왕』 『첫 단추』 등의 그림을 그렸고, 『마이볼』 『엄마 꿈속에서』 『파란파도』를 쓰고 그렸다.

 

 

 

 

<11> 딸에게 쓰는 편지

 

 

엄마 뱃속에서 쿵쿵대며 존재감을 알리는 너. 가만히 손을 올려놓고 쓰다듬어 본다. 이 커다란 배 안에 네가 있다니, 생명이 있다니. 믿기지 않는다. 너는 그 곳에서 편안하니? 불편하지는 않니? 엄마 배가 아무리 커졌다고 해도, 파인애플 두 개 크기인 네가 들어 있기에는 굉장히 좁을 것 같은데. 그래서 그렇게 팔도 발도 쭉쭉 펴며 꼼지락거리는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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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로 이런 생각이 든다.

"참 평화로운 한때구나. 참, 더할 나위 없이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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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네가 세상에 태어난단다. 그러면 지금의 평화로움은 백일몽처럼 한낱 꿈 같겠지. 주변에서 "뱃속에 있을 때가 제일 좋을 때야"라는 말을 하도 많이 해서 각오는 하고 있단다. 그리고 어쩌면 당연한 거겠지. 갓 세상에 던져진 작은 생명체가 살아가는 법을 익히려면 얼마나 많은 일들이 벌어질지. 또, 아무것도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어린 생명체를 거두는 데는 얼마나 큰 노력이 필요할지. 당연히 순조롭지도, 쉽지도 않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 왜 뱃속에 있을 때가 편하다고 하는지 알 것 같단다. 하지만, 우리는 결국 만나게 되어 있지. 그날을 위해 엄마는 벌써부터 각오를 해두려 한단다. 하지만 전혀 상상이 되지 않는구나.

 

너를 만나기 위해서는 출산의 시간을 통과해야하겠지. 엄마는 겁이 없고 용감한 편인데, '출산의 고통'은 전혀 헤아릴수가 없어. 아이를 둔 세상 엄마들이 '출산'의 과정을 거쳤기에, 엄마는 그 과정이 그저 자연스럽다고만 생각했단다. 누구도 자신의 고통을 시시콜콜 말하지 않았기에 고통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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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아팠는데 아기 얼굴 보니까 고통을 잊어버렸어. 그래서 둘도 낳고, 셋도 낳고, 넷도 낳았지."

이건 네 외할머니가 엄마에게 한 말이야. 정말 고통을 정말 잊어버린 건지, 아니면 어린 딸에게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된다고 여겨서 그랬는지 외할머니는 엄마에게 어떻게 아팠는지 세세히 말해주지 않았단다. 주변에 아가를 낳은 분들도 고통보다는 행복에 찬 얼굴이었어. 아, 물론, 육아로 힘들어하긴 했지만 고통스러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단다. 어쩌면 엄마라면 누구나 다 거치는 과정을 혼자 유별나게 말하고 싶지 않았던... 아니, 못했던 것일지도 몰라. 그래서 그 트라우마를 개인의 경험으로 가둬둔 게 아닐까. 분명 '트라우마'겠지. 고통의 순간을 온몸으로 통과하는데 정신적 외상을 입지 않는다니 말이 되지 않지. 그런데 아가 얼굴을 보면 바로 치유가 된다더라. 정말 그러할까? 엄마도 경험해보면 알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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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이 다가오다보니 출산의 고통이 어땠는지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듣게 돼. 비교적 '숨풍' 낳은 분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엄마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고 아이를 낳았더라. 엄마의 친구는 "배 위로 트럭이 지나가고, 수박이 나온다고 생각하면 돼."라는 경험담으로 엄마를 무섭게 했어. 이 정도면 다행이게. 48시간을 꼬박 진통한 사람도 있었고, 배가 아닌 허리가 뒤틀려서 고생한 사람도 있었단다. 또... 에휴, 말을 말자.

 

하지만 어차피 겪어야할 일, 용감하게 덤벼보려고 한단다. 엄마는 '경험주의자'니까 말이야. 그동안 엄마는 삶을 경험으로 통과해 왔단다. 그래서 굳이 겪지 않아도 될 일, 무모한 일을 많이 겪은 편이야. 엄마는 작가가 꿈이었기에 경험을 무척 중요하게 여겼단다. 몸으로 체험한 것은 잊히지 않는 법이고, 또 철저히 자신 게 되니까. 하지만 말이야, 그 생각에만 너무 치우쳐 있었던 것 같아. 돌이켜보면 치기 어린 모험심과 호기심 때문에 위험한 일들도 많이 겪었거든. 만약 우리 딸이 엄마처럼 하고싶어 한다면, 엄마는 말리고 싶구나. 세상에는 굳이 경험하지 않아도 될 일이 있거든. 부모가 되면 왜 보수적으로 변하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물론, 너는 너의 길을 알아서 걸어가겠지만 말이야.

 

엄마가 출산의 고통을 겪는만큼 아기도 세상에 나오려고 안간 힘을 쓴다고 해. 참 신기하지. 본능적으로 세상에 나올 때를 알고, 엄마 몸에서 나오려고 애를 쓴다니, 조물주는 인간을 어쩌면 이렇게 만들었을까. 세상에는 신기한 일 투성이야. 분명, 말도 못할만큼 고통스럽겠지만 잘 해낼게. 우리 축복이도 힘든 그 순간, 엄마를 의지하며 더욱 힘내서 세상에 나와줘. 우리 잘해보자.

 

기대 반, 두려움 반, 떨림 반, 신기함 반... 여러가지 감정을 복합적으로 느끼며 이 순간, 뱃속에 있는 너를 그려본다. 디데이 24일. 몇 주만 지나면 너를 만나겠구나. 지금의 평화로움과 정 반대되는 신세계가 펼쳐지겠지만, 기꺼이 즐겁게, 씩씩하게 잘해볼게. 나에게 딸이 생긴다니, 이 기적만으로도 엄마는 이 세상이, 삶이 새롭게 느껴진단다. 곧, 만나자 내 딸아.

 

36주 4일된 너에게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