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김정미의 창작놀이터

우주도 자고, 신랑도 자는 밤.
묵묵히 써내려 간다. 한 글자씩 한 글자씩.

마치 세상을 처음 배우는 7개월 된 내 딸처럼.


우주를 보면 기운이 난다. 희망이 생긴다.

요즘 우주는 배밀이인지 기는 건지 헷갈리는 몸짓으로(엉덩이를 들었다 놨다  안간힘을 다해가며) 열심히 돌아댕기는 중이다.

이미 침대 위에서 여러번 떨어졌다. 다행히 낮은 범퍼 침대를 사둔 덕에 충격이 심하진 않겠지만, 어쩌면 이것 역시 어미의 착각, 우주 입장에선 '쿵' 소리가 날 정도니 꽤 아플 거다.

그런데도 침대 끝에 고개를 내밀어 뛰어들 준비를 한다. 두어번 머리를 부딪힌 뒤로는 팔을 먼저 내밀어 꾹꾹 짚어보고, 엄마가 있는지도 확인한다. 그러곤 안전하다 싶은지 그대로 낙하. 신나게 모험을 떠난다.

무수한 반복과 실패, 시행착오. 그 끝에 조금씩 성장하는 것. 그게 우주의 하루 일과다.

엄마인 나도 우주처럼 그렇게 꾸준히 묵묵히 나아가려 한다.

커서가 깜빡이는 흰 여백을 바라보는 건 늘 두렵지만, 까만 글자를 하나 하나 입력해야 단어가 되고 문장이 된다는 걸 안다.

이 밤들이, 글들이 차곡차곡 쌓이면 뭐라도 되겠지. 오늘은 에어컨을 꺼도 살만하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걸 보니, 곧 가을이다.

'꿀잼라이프 > 재잘재잘' 카테고리의 다른 글

[180819] 당일치기 휴가  (0) 2018.08.19
[180817] 생의 첫 멍  (0) 2018.08.17
난 엄마다  (0) 2018.08.15
[171215] 오늘의 기분 좋음  (4) 2017.12.15
25살, 27살에 남긴 메모  (4) 2017.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