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김정미의 창작놀이터


나이가 들다보니 어른들이 했던 말은
자연의 순리가 담긴 '지혜의 말'이란 걸
알게 됐다.

요즘 유독 와닿는 말은
'세월이 약'
'콩나물 자라듯 쑥쑥'


작년 1월 5일 태어난 우리 우주,
이렇게나 컸다.

잘 먹고, 잘 자고, 울다가 웃다가,
쑥쑥 자란다.

사람에겐 성격과 별개로 '기질'이 있다.
우리 우주는 기질이 순하다.
반면, 성격은 좀 있는 것 같다.(다행이랄까)

또, (아기 치고) 매우 독립적이다.


어린이집에 잘 적응해준 우주.

불안하고, 힘들고, 고된 시간들을 지나
우리 가족에게 다가오는 건
더 나은, 탄탄해진 오늘이다.
축복같은 삶.

우리 삶에 신의 가호가 함께한단 걸
우주를 보며 깨닫는다.

우주가 정말 좋다.
이루 말할 수 없을만큼.
이 전의 삶은 전혀 상상할 수 없다.

이렇게 부모가 된다.


요즘, 우주.
머리 잡아 당기는 건 예사요,
얼굴을 쥐어 짜고
콧구멍 입을 뜯을듯 잡아 당긴다.

아프다, 정말 아프다.
오늘은 머리채를 뭉텅 잡아 당기기에
"너도 맛봐라!"하며 9개월 우주의 머리를 잡아 당겼다. 물론, 사알짝.

그랬더니 "오왱~" 하면서 울려고 하기에
"아뿔싸! 미안해, 미안" 하며 놓고 사과했다.

엄마가 철이 없다. 미안타.

넌 지금,
엄마 머리카락이라는
세계를 느끼는 중인데.

이해해줄게.
(아니면 엄마가 머리 밀게)

🙄


난 게으른, 불량 엄마다.

중기 이유식도 하루에 두번 줘야 한다는데 하루에 한 번도 버겁고, 어떤 경우엔 건너 뛴다.

우주가 태어나면 육아일기를 쓸거라 다짐해놓고 정말 딱 작심삼일. 아기 낳은 다음 날, 입원실에서 연필을 쥐고 서너장 빽빽이 써내려갔다.(손목 나가려고 작정한 거지뭐. 난 이렇듯 아주 많이 어설프다.)

하루 하루 최선은 다했지만 기록 남기는 건 게을렀다. 스튜디오 촬영 계약도 안했으니 100일은 셀프 촬영. 200일도 건너 뛰고 ^^; 그래도 매일 매일 핸드폰으로 찍는다. 울 아가, 그동안 무럭무럭 잘 컸구나.

갈수록 이뻐지는 딸, 흔적을 남기고 싶어 뜬금없이 적어본다.

나의 우주, 오늘 생후 264일 8개월 20일차다.

이가 위아래 두개씩 나고, 오늘 보니 윗니 하나 더 쏙 올라오는 중이다. 뼈가 살을 뚫고 나오는데 제 딴엔 얼마나 아플까. 그래도 순한 우주는 밤에 울며 한두번 깼다가 금방 잠이 든다. 열심히 크는 중이다.

우주는 에너자이저. 엄마, 아빠보다 건강하고 활동적이다.

침대를 기어 종횡무진하다 요샌 침대를 스스로 내려가고 올라온다. 엄마 아빠가 대자로 누워 막아도 포기를 모른다. 몸을 넘어서서 기어코 침대 가장자리에 가서 대롱대롱 바닥을 내려다보며 스릴 만끽.

뭐든 잡고 혼자 일어서서 꽤 오래 서 있는다. 어른 손을 잡고 일어서면 열걸음 이상 걷는다.

워낙 재빨라 욕실에도 들어가고 보일러실도 들어가고 옷방에 가서는 거울도 보고. 온 방문을 꽁꽁 닫아뒀다.

거실 탁자 아래 들어가는 걸 좋아하고, 의자 밑에 머리는 쿵 박아 찡찡댄다.

부엌에도 들어가 온갖 물건을 헤집는다. 싱크대 서랍 가장 아랫단을 연다.

조용하면 의심해봐야한다. 시디를 꺼내 냠냠.

그리고 예쁜짓도 늘었다(*.*)

어깨를 좌우로 왔다갔다하며 까닥까닥 리듬도 타고, 코 찡긋 하며 웃고, 한쪽 손을 "안녕"하듯 흔들고 엄마, 아빠 하며 누군가를 알고 부른다기보단, 아무튼 제법 정확한 발음으로 의사 표현한다. 아침에 눈뜨면 꺄약 엄청 큰 비명을 지르며 존재감을 전달하고, 가끔 노래하듯 흥얼댄다.

거울 보여주면 좋아하고, 아기띠 매면 나가는 줄 알고 파닥파닥 좋아서 난리다.

우주, 오늘도 어제와 같은듯 다르게 크는 중이다.

내가 엄마가 된지도 264일이다.

기적 같은 하루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