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김정미의 창작놀이터

 

 

'매일 읽고 쓰는 것의 위대함'

김연수 작가의 에세이 <소설가의 일>을 읽다

 

 

 

아주 오랜만에 책을 읽고 느낌을 남겨본다. 사실, 책 없으면 못 살 정도로(어쩌면, 책 안 사면 못 견디는 것일지도, 하하.) 책을 매일 읽는 나지만 독후감 쓰는 건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왠지 작품 하나 더 쓰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기타 등등. 그래서 내 블로그에는 잡담만 넘쳐나고 영화평이나 독서평은 없다. 그렇다고 내가 책을 안 읽고, 영화를 안 본다고 생각하면 아니돼요!

 

김연수 작가의 신작 에세이 소식을 듣고 쾌재를 불렀다. 안 사고는 못 견디겠어서 바로 주문했다. 따끈따끈한 책이 도착했고, 지난 주 토요일 서울가는 무궁화 열차 안에서 책을 읽었다. 뭐랄까, 책을 읽는내내 행복한 기분이 마구 샘솟았다. 김연수 작가의 에세이에는 그런 힘이 있다. 그래서 나는 김연수 작가 에세이를 남에게 권할 정도로 정말 정말 좋아한다(그러나 소설은 거의 읽어보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변명하자면, 나는 소설을 읽을 때 선호하는 작가의 작품을 구입해 읽는 편이다. 성석제, 이기호, 김애란, 백가흠, 최민석 작가의 작품이라면 묻고 따지지도 않고 바로 지르고 본다. 그런 성향이 있는데, 흠, 김연수 작가님의 소설도 한번 열심히 읽어봐야겠구나. 주절주절.

 

 

 

<소설가의 일>은 김연수 작가가 매일매일 문학동네 카페에 올렸던 것을 책으로 엮은 거라 한다. 정말 부지런한 작가다. 스스로에게 혹독할 정도로 매일 시간을 정해 글을 쓰고 매일 달리며 체력을 키우는 김연수 작가에게 사람들은 '한국의 무라카미하루키'라고 말하기도 한다.(외국의 누군가에 빗대 '한국의-'라고 칭하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김연수 작가가 하루키로부터 영향을 받은 건 사실같아 보인다.)

 

약속이 있어 작업량을 채우지 못하면 그 다음날은 평소보다 몇배는 더 글쓰기에 몰입한다는 김연수 작가. 그는 에세이에서 '재능보다 중요한 건 책상에 앉아 글을 쓰는 것'이라고 말한다. '어찌 이리 겸손하실까?' 싶다가도, 이런 다재다능한 작가가 '재능'보다 '성실함'을 강조하니 나같은 아마추어는 힘이 날 수밖에. 예전에 김애란 작가의 글을 읽고 '루저들을 응원하는 따뜻한 응원가'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김연수 작가의 에세이는 '아마추어 작가들을 응원하는 비타민' 같달까? (뭐라는 겨)

 

 

 

 

 

내가 김연수 작가의 이번 작품을 얼마나 열과 성을 다해 읽었냐 하면, 그 결과가 바로 이렇게 노트에 남겨져 있다. 나는 마음에 와닿거나 좋은 문장을 만나면 다이어리에 적어둔다. 요즘엔 핸드폰 메모장이나 '에버노트' 기능을 이용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손으로 적을 때와 느낌이 많이 다르긴 하다.

 

이번 작품을 읽으며 그가 이전에 썼던 에세이와 약간 틀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읽는내내 알랭드보통이 생각났다면 오버인가. 아니, 정말 그랬다! 보통의 작품을 보면 이야기만 있는 게 아니라 도형을 비롯한 작가가 고민했던 생각의 흔적들이 이미지로 들어 있다. 김연수 작가가 캐릭터와 플롯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리고 몇몇 장에서 그런 느낌을 발견했다. 새로워서 좋더라.

 

예전에 김연수 작가님의 강연을 직접 본 적이 있다. 성신여대역에 있는 한 시민회관에서 열린 강좌였는데 작가의 말은 하나 하나가 다 주옥같았다. 직접 겪고 체화한 이야기들이어서 그러리라. 정말 천상 작가에다, 부지런하고 겸손하기까지 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내용은 미주알고주알 적지는 않겠다. 다만, 책을 읽는 내내 정말 들떴고 창작욕이 샘솟았다는 것만큼은 말하고 싶다. 어찌나 이렇게 구석구석 속속 위로해주는지, 나중에 공로패(아마추어 작가에게 힘을 준 공로에 대한)를 드리고 싶은 마음!

 

작가를 꿈꾸고 있거나, 아직 첫 발을 내딛은 작가들이라면 꼭 읽어봤음 좋겠다. 나는 엄연한 '소설가'는 아니지만 동화와 청소년소설(소설이긴 하구나)을 쓰고 있는 사람으로서, 많은 배움과 위안을 얻었다. 그리고 수 많은 작가들을 얻었다. 김연수 작가가 언급한 작품과 작가들, 그들의 책을 또 지르고 말았다(사실, 레이먼드카버의 '대성당'도 김연수 작가님이 번역해서인지 참 좋아한다. 이번에는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라는 여류작가를 알게 됐고, 단편 '검은집'이 실린 책을 찾다가 '리플리' 세트가 도서정가제 시행 전 특판을 하길래... 사고 말았긔.)

 

에세이집에 실린 모든 글들이 다 좋았지만, '마치는 글'은 정말 훌륭했다. 그 감동과 가슴 벅참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꾸준히 줄기차게! 실패를 거듭하더라도 포기 않고 한 걸음씩 뚜벅뚜벅 나아가는, 그런 작가이고 싶다. 김연수 작가님 작품을 앞에 두고, 맹세합니다!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다면 상처도 없겠지만 성장도 없다. 하지만 뭔가 하게 되면 나는 어떤 식으로든 성장한다. 심지어 시도했으나 무엇을 제대로 못했을 때조차도 성장한다. 그러니 일단 써보라. 다리가 불탈 때까지 써보자. 그러고 나서 계속 쓸 것인지 말것인지 결정하자. 마찬가지로 어떤 일이 하고 싶다면 일단 해보자. 해보고 나면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달라져 있을테니까. 결과가 아니라 그 변화에 집중하는 것, 여기에 핵심이 있다.>

 

<이 삶이 멋진 이야기가 되려면 우리는 무기력에 젖은 세상에 맞서 그렇지 않다고 말해야만 한다. 단순히 다른 삶을 꿈꾸는 욕망만으로 부족하다. 어떤 행동을 해야만 한다. 불안을 떠안고 타자를 견디고, 실패를 감수해야만 한다. 그러므로 지금 초고를 쓰기 위해 책상에 앉은 소설가에게 필요한 말은 더 많은 실패를 경험하자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