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김정미의 창작놀이터

꿀잼라이프/딸에게 쓰는 편지 +19

 

우리 부부에게 '아기 천사'가 찾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자,

제가 먼저 준비한 것은 작은 노트였습니다.

여기에다 편지를 적어둘 생각이었지요.

 

제목은 <우주에게 보내는 편지> 입니다.

'우주'는 제 아이에게 붙이고 싶은 이름이에요.

20대부터 언젠가 아이를 낳으면 '우주'라는 이름을 주고 말겠노라 다짐했지요.

 

왜 하필 우주냐고요?

제가 '과학지식이 풍부해서'는.. 물론, 아닙니다.

우주 세계에 대해 막연한 동경이 있기도 했고,

끝없이 펼쳐진 우주가 주는 막연함, 경이로움이 좋았습니다.

어감도 좋았고요.

 

고백하자면, 남자친구가 생길 적마다

그의 성에 '우주'라는 이름을 붙여보곤 했습니다.

"내 아이 이름은 무조건 우주야!" 이렇게 큰소리 치기도 했습니다.

(결혼하자는 말도 없었는데요.)

 

그러다 결혼하고 싶은 남자를 만나, 결혼을 했지요.

남편은 '하'씨 입니다.

고로, 우주는 '하우주'가 되겠지요.

저는 이 이름이 좋은데, 주변의 반응은 반반입니다.

사실, 별로라는 의견이 조금 더 많습니다.

 

'눈에 흙이 들어가도 우주야!'라고 고수했던 저는

점점 마음이 약해집니다.

좋은 이름이 있다면 붙여주고 싶습니다.

머릿속에 많은 이름들이 떠올랐다가 사라지지만

결국에는 '하우주'가 제일 나은 듯 합니다.

수없이 반복되는 뫼비우스의 띠 속에서

아무튼, 편지를 써내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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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적으려고 노트를 펼쳤지만

'편지 쓰기'는 게으름 탓에 드믄드믄 이어지다

결국 '한 달의 한 번' 이벤트로 바뀌어버렸습니다.

그 사이 SNS를 많이 이용했지만,

SNS는 간편한 대신, 가볍고 휘발되어 버리는 느낌이 있습니다.

 

반면, 노트는 믿음직스럽고 듬직합니다.

또, 저도 모르게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술술 나옵니다.

단점이 있다면, 휴대가 쉽지 않고(자주 까먹어요)

글씨 쓰는 게 무진장 귀찮다는 것이지요.

예전에는 손편지의 여왕이었는데

이제는 글을 썼다하면 손이 아프더라고요.

 

노트와 SNS 사이에서 항상 고민하며

미련하게 두 가지를 다 이어갑니다.

아가가 태어난 후 '육아일기'는 어떤 방식으로 쓸지

지금도 고민 중입니다.

(인생의 대부분은 쓸 데 없는 고민을 한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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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이 공간에는

노트에 쓴 편지를 블로그에다 옮겨 적으려고 합니다.

'누가 내 글을 보기는 볼까?'하는 생각이 들지만

일단 기록해보렵니다.

노트에 세밀하고 은밀한 이야기도 많아서

그런 부분까지 옮길지 어떠할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냥 마음가는대로 일단 시작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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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에게 쓰는 편지, 시작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