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김정미의 창작놀이터

3월, 봄, 새학기.
제법 따뜻해진 날씨를 보니 아이들 얼굴이 떠오른다. 다들 잘 지내고 있지?

2016년 10월 말, 즐겁게 다니던 회사를 '계약 종료'로 퇴사하고 2년 간 프리랜서로 살았다.(그리고 2019년 1월, 다시 그 회사에 들어갔다.)

글과 관련된 일이라면 모조리 외주를 받아 수행했고(공공기관 성과집 원고 작성, 출판사 단행본 라라이팅 윤문, 카피 등등) 스토리텔러로서도 경험을 넓히는 시간이었다.

경주시, 영천시와 함께 지역 문화를 스토리텔링하는 일을 맡았고 그 결과가 동화책, 그림책으로 탄생했다. 부산으로, 서울로 부지런히 강의도 다니고, 그 와중에 동화책도 쓰고 임신도 하고 아기도 낳고, 라디오 고정패널로 활동도 하고...아, 나 정말 열심히 살았구나. (눈물 좀 닦고)

참 많은 일을 했지만 기억에 남는 게 대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방과후교사, 돌봄교사 경산의 한 초등학교서 돌봄교사로 일했던 거다.

특히, 방과후교사 일은 출산에도 불구하고 2년 간 쭉 일했다. 토요 수업이라 방학 때는 쉬었기에 가능했단 일이다. (출산을 1월에 해서 딱 방학 기간 동안 몸조리 하고 3월부터 수업을 나갔다.)

내가 담당한 과목은 '독서 논술'. 자격증도 없는 내가 동화작가라는 경력(?)으로 도전할수 있는 분야였다.

다행히 한 학교에 합격했고 아이들을 만났다. 동화작가로서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길, 이야기를 사랑하길, 자신의 삶을 사랑하길... 바라는 마음이었기에 매수업 어떻게 진행할지 고민했다.

아직도 첫 수업 때가 기억난다. 여기저기 강의를 다니며 아이들을 만났지만 수업은 처음이라 긴장이 많이 됐다. 기도를 많이 하고 수업에 임했다. 다행히 즐겁게 수업을 마무리했고, 그렇게 매주 토요일을 기다리게 됐다. 맞다. 난 아이들과 사랑에 빠져버렸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우리는 매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최선을 다해도 결과가 좋지 않을 수 있고 어떤 경우 보기 좋게 실패하기도 한다. 이럴지언데, 노력까지 하지 않는다면 결과는 안 봐도 뻔하다.

그러나 참 삶이라는 게 아이러니해서 노력하지 않아도 때론 그 이상의 것을 얻기도 한다. 그 순간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내가 잘 나서 이룬 것"이라 자만한다면, 운이 달하는 어느 때에 밑천이 드러나고 말 거다.

다행히 나는 우매하고, 섣부르고, 늘 실패와 실수를 반복하지만 그럼에도 노력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는 걸 아는 편이다.(어김없이 자만하는 순간 날 꾸짖는 어떤일이 생기고 마니까 말이다.)

아이들을 만나는 일도 그러했다. 수업 준비가 부족했을 땐 자신감이 떨어져 수업 내내 신이 나지 않았고 아이들도 덩달아 기운을 잃었다. 모든 에너지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스승의 역할이 중요한 건 아이들에게 삶의 자세나 태도 같은 걸 전달하기 때문일 거다.

간단히 쓰려고 했던 게 길어진다. 이런 마음, 참 오랜만이라 반갑다.(회사생활로 지쳐있었기에.)

저 위의 사진들은 영남일보에서 받은 '우수지도자상'이다. 학교가 아닌 신문사라니, 의아한 일이다. ㅎㅎ 간단히 말하자면 '강사'라는 신분은 프리랜서(자영업)에 가깝기 때문에 소속이 없다.

그런데도 상을 받은 건, 운이 좋아서다.

아이들의 능력을 썩히기 아까워 아이들 글을 영남일보 신문사에서 진행하는 '독후감 대회'에  보냈고 놀랍게도 아이들이 가장 큰상을 비롯해 엄청 많은 상을아 '단체상',  '우수 지도자상'을 받게 됐다.

그것도 2년 연속. 참 변변찮은 내가... 제자들을 잘 만난 덕이다. 다 신의 가호다.

한창 출강할 적엔 쑥스러워 포스팅하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새학기인 봄날이 되니 아이들 얼굴이 하나 하나 생각나 흔적을 남겨본다.

이 아이들 중에 작가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즐거워진다. ^^
ㅡㅡㅡㅡㅡㅡㅡㅡ


* 자녀 글쓰기 지도, 논술 등으로 고민이나 상담을 요청하는 분들이 계세요. 주저 마시고 funkjm@naver.com으로 문의해주세요 :-)


지난 1월 19일, 대구의 책벌레 어린이서점에서 <나도 동화작가: 손바닥 그림책 만들기> 주제로 강의했습니다.


<동네책방 책잔치>의 일환으로 마련된 자리인데요. 저는 운이 좋게도 총 4회 강연을 맡게 되었습니다.

'지역 작가'이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기회였겠지요^^ (감사합니다. 대표님!)


<마을 지도 만들기>, <릴레이동화 쓰기>에 이은 세번째 강의!

강의를 모두 들으러온 익숙한 친구들 얼굴도 보였고, 처음본 친구들도 보였답니다.


짜잔! 책벌레의 정경입니다. 책벌레 하면 노란색이 떠오를만큼 분위기도 공간도 따뜻하고 밝습니다.


아이들 모두 한 권의 그림책을 지어냈습니다. 2시간 남짓한 시간만에 말이에요!


짜잔 제목도 짓고, 표지도 완성했어요. 어때요? 멋지죠?

어떤 강의인지 궁금하신 분들은 제게 살짝 물어보세요 ^^(funkjm@naver.com)


그사이 시간이 흘러 이제 남은 강연은 총3회. 4월 6일에 제 강연이 진행되니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


<유령과 함께한 일주일>을 읽은 어린이 독자 지훈이가 보내온 사진이에요.

작년 겨울에 받은 걸 지금에야 올려요. 사진을 살피다보니 "이런 사진도 있었구나" 생각이 났지 뭐예요.

잘생긴 지훈이 얼굴도 있는데 초상권 보호 차원에서 독후활동 사진만 올린답니다.^^

에이포 용지를 접어서 책을 만들었네요. 표지 그림을 멋있게 따라그린 게 눈에 띄네요.

책은 읽는 것 보다 중요한 게 함께 노는 것이랍니다. 어린이 친구들이 책을 읽으며 스트레스 받지 않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공부를 위해서, 독후감을 쓰기 위해 억지로 책을 읽는 게 아니라 마음 편히 책을 읽을 환경이 주어져야겠죠. 어른으로서 항상 미안한 마음입니다.

어린이들이 책을 맘껏 사랑할 수 있는 세상이 오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