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김정미의 창작놀이터

 

연극 <숨 쉬러 나가다>

 

각색: 극단 신작로

연출: 이영석

출연: 김승언, 이종무

조명: 정태민

 

 

 

연극 <숨 쉬러 나가다>를 보았다.

 

조지 오웰의 동명소설이 원작인 작품이다. 조지 오웰의 작품으로는 <1984> <동물농장>이 유명하다. 국내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소설 <숨 쉬러 나가다(Coming Up for Air)>도 그가 쓴 대표작이다. 한국에는 2011년에 처음으로 번역 출판됐다.

 

책은 아직 읽기 전이지만, 워낙 호평을 받는 작품이라 욕심이 났다. 그래서 공연 소식을 듣자마자 꼭 보겠다고 다짐했고, 오늘 관람했다.

 

이 작품은 2인극으로 진행된다.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무대에서 두 명의 배우(김승언, 이종무)가 주인공 조지 볼링을 연기하며 하나의 캐릭터를 구성해 간다. 처음 연극을 보기 전에는 '2인극'이라는 것이 살짝 마음에 걸리기도 했다. 소품이 세팅된 무대에서 배우들이 연기하는 것만 보아왔기에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될 수 있을지 감이 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의심도 잠시, 이 작품이 2011년 <제 11회 2인극 페스티벌>에서 작품상을 수상했고, 이미 공연되어 호평을 받은 작품이라는 사실에 믿음을 가졌다. 그리고 역시나 후회 없이 연극에 빠져들었다.

 

 

한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두 명의 배우는 무대 위를 종횡무진하며 이야기를 펼쳐간다. 주인공의 행동과 감정선에 충분히 몰입이 가능하고, 더 나아가 풍자와 위트로 웃음까지 팡팡 터지게 한다.

 

연극의 주인공은 45세 보험영엽사원인 조지 볼링이다. 그는 15년 동안 좋은 남편과 아빠 노릇을 해왔다. 그런 그에게 아내 모르게 17파운드가 생긴다. 이 돈을 갖고 무엇을 할까 고민을 하며 조지 볼링은 내내 행복해 한다.

 

주인공은 고민 끝에 17파운드를 고향에 내려 가 낚시를 하는데 쓰기로 한다. 돈만 밝히는 아내, 징징대는 아이들이 지겨워질 때마다 조지 볼링은 자신이 만들어낸 호수를 떠올리곤 했다. 어린 시절 아빠와 함께 낚시를 갔던 기억, 울창한 숲과 바닥에 깔린 폭신폭신한 낙엽들, 사랑스런 고향. 조지 볼링은 그렇게  '일탈'을 감행한다.

 

고향으로 간 조지는 실망하고 만다. 고향은 어린시절의 모습과 매우 다르다. 공장들과 건물들이 세워져 있고, 낚시하러 갔던 숲에는 정신병원이 서 있던 것. 더군다나 넓고 깊었더 호수는 쓰레기 매립장이 되어 있다.

 

결국 조지 볼링은 집으로 돌아오고 만다. 변하지 않은 것은 지긋지긋한 일상 뿐. 45세의 가장 조지 볼링은 삶의 무게를 내려 놓지 못하고 다시 살아갈 궁리를 한다.  

 

극중에서 주인공은 자기가 살고 있는 시대상을 진심으로 걱정한다. 작품 속 시대는 2차 세계대전을 코앞에 두고 있다. 폭격기가 하늘을 날아다니며 소리를 내는 현실 속에서 전쟁의 불합리함을 알고 있는 주인공은 크게 외친다. 망할 전쟁, 망할 파시즘!

 

그러나 달라질 것은 없다. 전쟁이란 한 중년 남자의 힘으로 어찔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주인공의 대사 중 "도대체 왜 나같은 인간이 이런 고민을 해야 하지?"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주인공은 현실의 커다란 문제에 관심을 갖고 싸워보려 하지만 주변에 놓인 삶의 무게에 짓눌리고 만다.

 

이 작품은 1930년대가 배경이지만 21세기인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무섭고도 섬뜩한 현실! 이것이 바로 이 연극의 묘미다. 소설책도 어서 읽어야겠다!

 

 

* Tip

 

 ->> 한겨레출판에서 펴낸 책 <숨 쉬러 나가다>.

연극을 보러 가면 13000원짜리 책을 7000원에 살 수 있다.

나는 사지 않았는데 조금 후회가 된다. 엉엉.

 

->> 연극 티켓 가격은 2만5천원이다.

조금 부담이 된다면 <메세나 티켓>(www.mecenatticket.com)이라는 사이트를 이용하면 할인된 가격에 볼 수 있다.

 

 

 

공연 정보

 

★ 상영 일자

--> 2012년 11월 7일 ~ 11월 25일

 

★ 상영 요일 및 시간

--> 평일 오후8시/토 오후4시,7시/일 오후4시/월 쉼

 

★ 상영 장소

-->  대학로예술극장3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