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김정미의 창작놀이터

난 게으른, 불량 엄마다.

중기 이유식도 하루에 두번 줘야 한다는데 하루에 한 번도 버겁고, 어떤 경우엔 건너 뛴다.

우주가 태어나면 육아일기를 쓸거라 다짐해놓고 정말 딱 작심삼일. 아기 낳은 다음 날, 입원실에서 연필을 쥐고 서너장 빽빽이 써내려갔다.(손목 나가려고 작정한 거지뭐. 난 이렇듯 아주 많이 어설프다.)

하루 하루 최선은 다했지만 기록 남기는 건 게을렀다. 스튜디오 촬영 계약도 안했으니 100일은 셀프 촬영. 200일도 건너 뛰고 ^^; 그래도 매일 매일 핸드폰으로 찍는다. 울 아가, 그동안 무럭무럭 잘 컸구나.

갈수록 이뻐지는 딸, 흔적을 남기고 싶어 뜬금없이 적어본다.

나의 우주, 오늘 생후 264일 8개월 20일차다.

이가 위아래 두개씩 나고, 오늘 보니 윗니 하나 더 쏙 올라오는 중이다. 뼈가 살을 뚫고 나오는데 제 딴엔 얼마나 아플까. 그래도 순한 우주는 밤에 울며 한두번 깼다가 금방 잠이 든다. 열심히 크는 중이다.

우주는 에너자이저. 엄마, 아빠보다 건강하고 활동적이다.

침대를 기어 종횡무진하다 요샌 침대를 스스로 내려가고 올라온다. 엄마 아빠가 대자로 누워 막아도 포기를 모른다. 몸을 넘어서서 기어코 침대 가장자리에 가서 대롱대롱 바닥을 내려다보며 스릴 만끽.

뭐든 잡고 혼자 일어서서 꽤 오래 서 있는다. 어른 손을 잡고 일어서면 열걸음 이상 걷는다.

워낙 재빨라 욕실에도 들어가고 보일러실도 들어가고 옷방에 가서는 거울도 보고. 온 방문을 꽁꽁 닫아뒀다.

거실 탁자 아래 들어가는 걸 좋아하고, 의자 밑에 머리는 쿵 박아 찡찡댄다.

부엌에도 들어가 온갖 물건을 헤집는다. 싱크대 서랍 가장 아랫단을 연다.

조용하면 의심해봐야한다. 시디를 꺼내 냠냠.

그리고 예쁜짓도 늘었다(*.*)

어깨를 좌우로 왔다갔다하며 까닥까닥 리듬도 타고, 코 찡긋 하며 웃고, 한쪽 손을 "안녕"하듯 흔들고 엄마, 아빠 하며 누군가를 알고 부른다기보단, 아무튼 제법 정확한 발음으로 의사 표현한다. 아침에 눈뜨면 꺄약 엄청 큰 비명을 지르며 존재감을 전달하고, 가끔 노래하듯 흥얼댄다.

거울 보여주면 좋아하고, 아기띠 매면 나가는 줄 알고 파닥파닥 좋아서 난리다.

우주, 오늘도 어제와 같은듯 다르게 크는 중이다.

내가 엄마가 된지도 264일이다.

기적 같은 하루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