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김정미의 창작놀이터


바그다드 까페(Bagdad Cafe, 1998)

 원제: Out of Rosenheim
감독: 퍼시 애들론
주연: 마리안느제게브레히트, CCH파우더


 횡량한 사막 한 가운데 차 한대가 멈춰선다. '부부'로 보이는 중년의 남녀는 사막 위에서 먼지를 폴폴 일으키며 티격태격 다툰다. 몇 분이 지났을까, 볼 한가득 불만을 넣은 여자는 차에서 내리고 남자는 여자의 짐을 던져버린다. 사막 위에 처량하게 버려진 그녀의 이름은 자스민. 땡볕이 내리쬐고 현기증이 날 만큼 아득한 길(영화 '아이다호'에서 리버피닉스가 기면증을 호소하던 그 길이 생각나는 이윤 뭘까)을 바라보며 자스민은 한 숨을 길게 내쉰다. 가도 가도 끊없는 길을 걸어가며 줄줄 흐르는 땀을 손수건으로 훔쳐본다. 그 때 흐르는 음악, 유명한 OST 'calling you'. 나른하면서도 건조한 선율이 횡량한 사막 위의 모래와 함께 흩날린다. 마음 속 깊숙이 숨어있는 원초적인 그리움을 끌어내는 듯 애절하고 메마른 음색은 자스민의 긴 걸음을 묵묵하게 지켜보는 듯 하다. 


   온 몸 가득 퉁퉁하게 살이 잡힌 그녀가 땀을 뻘뻘 흘리며 도착한 곳은 허름한 바그다드 모텔. 모텔 옆에서 손님이 거의 없을 듯 보이는 주유소가 있고 카페가 있다. 두리번 거리던 그녀는 카페의 여주인 '렌다'와 눈이 마주친다. 눈물을 훔치고 있는 까만 얼굴의 렌다를 바라보며 자스민은 원주민들에게 잡아먹히는 무서운 상상을 해본다. 낯선 곳에서 만난 낯선 이에 대한 경계심과 두려움 때문일까. 렌다 역시 자스민이 탐탁치는 않다. 손님이어서 받아주기는 하겠지만 빨리 떠났으면 하는 심정이다.

  무능력한 남편과 말 안듣는 두 자식때문에 신경질이 극도록 치밀어 오른 '렌다'는 꽤나 억척스럽다. 남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마치 가장 같다. 남편과 다툰 후, 화가 난 남편이 짐을 싸 집을 나서자 렌다는 "꺼져버려! 내가 눈물 한방울이라도 흘릴 줄 알고!"라고 악다구니를 퍼붓더니 그가 떠난자마자 눈물을 흘린다. 허름한 건물 앞에 풀썩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는 렌다의 모습은 처량해 보인다. 하지만 자존심이 센 그녀이기 때문에 자스민에게 방을 내주면서도 "짐은 스스로 들고 가라. 여긴 고급 호텔이 아니기 때문에"라는 말을 덧붙인다.

  방에 도착한 자스민은 가방을 열고 짐정리를 한다. 남편의 옷가방을 갖고 왔는지 그녀는 길게 한숨을 내쉰다. 이런 저런 옷가지들을 벽에 걸어두고 그녀는 바그다드 카페로 향한다.

  카페 안에는 인디언계로 보이는 종업원 남자와 나이가 든 남자, 그리고 피아노를 두드리는 렌다의 아들, 사람들에게 문신을 파주는 예쁘장한 젊은 아가씨가 있다. 그들과 멀리 떨어져 자스민은 서글픈 듯, 어설프게 앉아 있다. 렌다는 자스민을 신경쓸 겨를 없이 신경질 적인 어조로 남편이 주어온 커피포트를 내다 버리라고 주문한다, 그녀에겐 그녀 눈으로 확인하지 못한 낯선 것은 모두 의심스러운 물건일 뿐이다.

  렌다가 잠시 집을 비운 새, 자스민은 이 곳 저 곳 대청소를 한다. 높은 지붕에 올라가 간판도 닦고(포스터 참고) 사무실의 어지러운 서류들도 정리하고 깔끔하게 정돈한다. 그녀가 맘에 들지 않았던 자스민은 깔끔하게 정리된 방을 보며 되려 화를 낸다, "당신이 뭔데 내 것에 손을 대냐"며 불쾌한 내색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침울해진 자스민은 미안하단 말을 건낸 후 방에 들어가 선물로 받은 마술도구를 장난삼아 만지작 거린다. 외롭게 남겨진 방안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마술을 하는 것 밖엔 없다.


  자스민의 진심이 통해서였을까. 상냥하고 친절하며 악의없는 그녀의 행동은 렌다의 식구들의 마음을 열어 놓는다. 렌다의 사춘기 딸의 마음을 얻은 자스민은 그녀와 친구가 되기로 한다. 그리고 자신의 피아노 선율을 듣고 훌륭하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 자스민에게

렌다의 아들 역시 마음을 연다.

  마지막까지 툴툴거리는 이는 '렌다'다. 자신의 가족들을 선동하는 저 이상한 여자의 정체는 뭘까, 말 끝마다 "젠장"거리며 자스민에게 싫은 기색을 내뱉는다.

  하지만 렌다 역시 딱딱히 굳은 심장은 아니였기에 서서히 자스민에게 마음을 열고 마술을 익힌 자스민은 카페를 찾는 손님들에게 마술솜씨를 선보인다. 호응이 좋자, 카페는 날이 갈수록 손님들이 찾고 자스민은 카페 식구들과 함게 손님들에게 마술쇼를 선보인다, 

 마술처럼 하나가 된 바그다드 가족들. 그들은 진심어린 마음으로 하나가 되고 보이지 않는 일체감을 느끼며 교감한다. 여느 때보다도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그들의 삶은 메마른 사막 위에 핀 한 송이 꽃처럼 아름답다.

  명작 중의 명작. 스테디 영화라고 할 수 있는 '바그다드 카페'. 긴- 심호흡을 하듯, 잔잔하고도 숨이 차지 않는 따뜻함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