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김정미의 창작놀이터

 

이자람의 퓨전 판소리 공연 <사천가>

 

 

 

여고동창생 오미, 강갱과 함께 과천시민회관에서 <사천가>를 보았다.

소리꾼 이자람이 펼치는 '퓨전 판소리' 공연이다.

 

이자람이 누군가 했더니 아주 옛날(?) TV에서 보았던 그 유명한 예솔양이라고 한다.

"예솔아~ 할아버지께서 부르셔"로 시작하는 국민동요(?)의 주인공!

어렴풋이 기억나는 그 귀여운 꼬마가 이렇게 성장했단 말이야?

(알고보면 이자람은 79년생으로 나보다 나이가 많은 언니다.

그런데 기억 속에선 동생처럼 느껴진다.)

하여간 매우 반갑고 친숙했다.

 

판이 열리자, 이자람은 이렇게 운을 뗀다.

자신이 어릴 적에 찍었던 인터뷰 영상을 봤더니, "꿈이 뭐냐?"고 묻는 리포터의 말에

"착한 아주머니가 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사천가는 그렇게 '어떻게 사는 것이 착한 것이고, 착한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지며 극을 끌고 나간다.

 

줄거리는 이렇다.

 

사천시에 나타난 신들은 그 곳에서 가장 착한 여자를 찾아 다닌다.

우여곡절 끝에 찾아낸 여인은 '사천의 천사'라 불리우는 뚱녀 '순덕'이었다.

신들은 자신들에게 기꺼이 좁은 방을 내어준 순덕에게 감동해 돈을 주고 떠난다.

순덕은 그 돈으로 분식집을 차리고, 온갖 거지와 사기꾼들을 다 보듬어준다.

그러다 순덕은 우연히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그 남자마저 순덕을 이용하려 들 뿐이다.

순덕은 더 이상 착하게 살 수 없음을 깨닫고, 사촌오빠인 '남재수'로 변장해

무자비한 사업가로 성공한다.

그리고 마침내 순덕은 신들 앞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이 연극의 묘미는 바로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이자람 혼자서 끌고 나간다는 데 있다.

지루하지 않고 재밌게, 역동적으로 끌고가는 그 에너지란!

보는 이들을 모두 압도할 정도다.

 

이자람은 무려 1인 100역을 해내며 모든 인물을 소화해낸다.

<지킬앤하이드>에서 배우가 1인 2역을 하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처음에는 '판소리'의 특성상, 멀리서 들려오는 불명확한 몇몇 발음 덕에

대사가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나 금방 극에 몰입됐고, 울고 웃으며 이야기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우리의 소리인 '판소리'를 요즘 사람들의 구미에 맞게

스토리텔링해, 무대 위로 끌고 나온 점이 참 멋있게 느껴졌다.

 

이자람 같은 이들이,

이자람이 펼치는 공연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래야만 사람들이 우리의 것을 더는 생경하지 않게 받아들일 것이다.

 

올 10월에는 친구들과 이자람의 또 다른 판소리 공연 <억척가>을 보러 가기로 했다.

이자람에게 몹시 반했기 때문이다.

정말, 대단한 예술가다!

그 공연 역시 몹시 기대된다.

 

 

 

*보너스

원래 <사천가>의 원작은 브레히트 <사천의 성인>이라고 한다.

베르톨르 브레히트는 '사랑의 상품'이라는 작품을 1920년에 내놓았다.

내용은 이자람의 <사천가>와 맥을 같이 한다.

다를 게 있다면 뚱녀 순덕이가 브레히트의 작품에서는 창녀로 그려진다는 점.

브레히트의 작품 속에서 여주인공은 사촌오빠로 변장을 해 담배공장을 차린다.

<사천가>를 보고 나니, 원작도 읽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